다른 대부분의 한국 트렌드처럼, 술 문화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특히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음주가 '일'로 간주되는 게 외국인으로서 매우 신기한 일이었다.
과음이 정당한 지각 사유로 참작될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포함한 주변 외국인들에게 꽤 큰 '쇼크'였다.
한국 술 문화는 이런 단순한 재밌는 광경을 제공하는 걸 넘어 훨씬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먼저, 대나무주를 찾기 힘들어졌다.
먼저, 대나무주를 찾기 힘들어졌다.
내 서양 친구들이 사랑해 마지않던, 나만 보면 '대나무주 어딨느냐'고 묻던 그 술은 이제 한국에서도
일부러 수소문해야 구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와인은 몇 년 전만 해도 꽤 희귀하고 비싼 술이란 인식이
강했지만(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지금은 세계 거의 모든 종류의 와인을 살 수 있다.
레드, 화이트, 로즈와인 같은 건 그냥 수퍼마켓에 가면 널려 있다.
와인 클럽, 와인 바, 공식적인 와인 행사가 도처에 넘친다. 몇 년 만에 한국인들은
수준급 소믈리에가 됐고, 레스토랑들은 전통 한식과 최고급 와인의 '퓨전'을 내놓고 있다.
빠른 속도로 주종이 다양해지고 있다.
홈메이드 술도 마찬가지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만 가도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이 마음대로 레시피를 만들어 제조한 맥주)
가게를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예전만 해도 이태원과 같은 몇 군데의
인터내셔널한 동네를 제외하면, 한국인들의
외국 술 지식은 그다지 깊지 않았다.
이젠 '라프로익 쿼터 캐스크
(Laphroig quarter cask)'나 '라가불린(Lagavullin)'
같은 위스키를 찾는 한국인을 보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아마 곧 호기심 많은 한국 미식가들은 베트남이나
쿠바, 베네수엘라에서 건너온 특별한 럼주를
찾게 될 것이고 이미 그 차이점에 대해 소상히
아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술은 다양해지고 풍부해지고, 기분 좋은 취기도
더 늘어날 것이다. 그날을 위해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