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음주가 '일'로 간주되는 게 외국인으로서 매우 신기한 일이었다.
과음이 정당한 지각 사유로 참작될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포함한 주변 외국인들에게 꽤 큰 '쇼크'였다.
한국 술 문화는 이런 단순한 재밌는 광경을 제공하는 걸 넘어 훨씬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먼저, 대나무주를 찾기 힘들어졌다.
먼저, 대나무주를 찾기 힘들어졌다.
내 서양 친구들이 사랑해 마지않던, 나만 보면 '대나무주 어딨느냐'고 묻던 그 술은 이제 한국에서도
일부러 수소문해야 구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와인은 몇 년 전만 해도 꽤 희귀하고 비싼 술이란 인식이
강했지만(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지금은 세계 거의 모든 종류의 와인을 살 수 있다.
레드, 화이트, 로즈와인 같은 건 그냥 수퍼마켓에 가면 널려 있다.
와인 클럽, 와인 바, 공식적인 와인 행사가 도처에 넘친다. 몇 년 만에 한국인들은
수준급 소믈리에가 됐고, 레스토랑들은 전통 한식과 최고급 와인의 '퓨전'을 내놓고 있다.
![[일사일언] 변화하는 술 문화](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408/21/2014082100017_1.jpg)
홈메이드 술도 마찬가지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만 가도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이 마음대로 레시피를 만들어 제조한 맥주)
가게를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예전만 해도 이태원과 같은 몇 군데의
인터내셔널한 동네를 제외하면, 한국인들의
외국 술 지식은 그다지 깊지 않았다.
이젠 '라프로익 쿼터 캐스크
(Laphroig quarter cask)'나 '라가불린(Lagavullin)'
같은 위스키를 찾는 한국인을 보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아마 곧 호기심 많은 한국 미식가들은 베트남이나
쿠바, 베네수엘라에서 건너온 특별한 럼주를
찾게 될 것이고 이미 그 차이점에 대해 소상히
아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술은 다양해지고 풍부해지고, 기분 좋은 취기도
더 늘어날 것이다. 그날을 위해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