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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나의 서양미술산책] [36] 모네의 수련

바람아님 2014. 11. 13. 11:31

(출처-조선일보 2010.01.05  서울대교수·서양미술사)

많은 관객을 보장하는 전시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인상주의 미술전, 이집트 미술전, 그리고 공룡 전시다. 
인상주의 미술이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이유는 서양의 문화를 잘 모르면 감상하기 어려운 역사화나 종교화를 
벗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카페나 야외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일상이나 풍경화는 이해하기 쉬웠고, 
순수한 시각경험을 광선으로 대체한 색채는 신선하게 보였다.


	수련
 수련

모네(1840~1926)는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화가다. 

처음에는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처럼 파리의 대로(大路)나

기차역 등 근대적 도시의 삶을 그리던 모네는 

1883년 즈음 이들과 멀어지면서 자연으로 돌아갔다. 

파리에서 80km 떨어진 지베르니에 이사한 지 몇 년 만에

연못과 정원이 딸린 집을 사고 정착한 모네는 정원에 수련, 

아이리스, 살구나무 등을 심는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을 

조경에 투자했다.

86세에 죽을 때까지 43년을 지베르니에서 보내면서 

는 약 250점의 그림을 그렸는데, 

그중 가장 많은 작품이 수련 그림이었다. 

원래 광선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물의 풍경을 그리기를 

좋아하던 모네는 연못 주변에 이젤을 여러 개 세워놓고 

하루에도 여러 번 순간마다 변화하는 색채를 관찰하여 

화폭에 옮겼다. 

그의 수련 작품은 지상의 풍경, 물에 반영된 바깥세상, 

그리고 수면 위에 핀 수련이 한 화면에 나타나는 무한한 공간이 되었고 마치 소우주(小宇宙)를 연상하게 한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서 시력이 나빠지자 연못에 점점 더 가까이 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그렸고, 그 결과 수면 자체가 화면이 되었다. 

미세하고 섬세한 색채조화와 광선에 녹아드는 형태 등이 보이는 화면은 마치 색채의 교향악과 같은 조화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점점 더 대작으로 발전하면서 그의 그림은 이제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거의 색채 추상이 되었다. 

모네의 수련은 그림이 어떤 사상이나 주제를 표현하지 않더라도 시각적인 센세이션 자체만으로도 우리를 충분히 

감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