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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향연] 할리우드 영화가 時間을 다루는 방식

바람아님 2014. 11. 17. 09:59

(출처-조선일보 2014.11.17 황희연 영화 칼럼니스트 겸 여행작가)

뇌 완전 사용 시간 넘나드는 '루시'… "인간은 소유 아닌 시간 통해 존재"
'인터스텔라'는 상대성이론 응용, 중력 차이로 달라진 시간 때문에
가족과 같은 시간대에 살지 못해… 시간이 가진 엄청난 무게감 환기

황희연 영화 칼럼니스트 겸 여행작가 사진요즘 할리우드 영화들은 멍청하게 장르의 자기 복제만 반복하지 않는다. 

푹신한 어둠 속에서 팝콘이나 우적거리며 보기엔 영화가 말하는 담론(談論)들이 꽤 심상치 않다. 

한국 배우 최민식의 등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루시'는 하이데거의 철학책에나 나올 법한 문구를 

주인공 루시(스칼릿 조핸슨)의 입을 빌려 멋지게 읊조린다.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시간이에요. 시간이 없으면 우린 존재하지 않아요."

'인류 최초의 여성'과 같은 이름을 가진 루시는 치명적인 사건으로 뇌의 100%를 사용하게 된 인물이다.

보통 사람들이 평생 뇌의 10%도 사용하지 못하는 걸 감안하면 루시의 뇌는 가히 미친 성능에 가깝다.

그런데 그녀가 이처럼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과정이 흥미롭다. 강제로 암거래 조직의 운반책이 된 

루시는 복부에 미지의 합성물질을 담게 되고, 외부 충격으로 이 물질이 몸속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뇌 사용량이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소유욕이 빚어낸 괴물인 루시는 미래의 시간을 압축적으로 써야 하는 대신 과거의 시간을 무한대로 넘나드는 

능력을 갖게 된다. 미래와 직면해 있는 동시에 과거를 짊어진 현존재(現存在)로서의 인간이 진지하게 말한다. 

인간은 소유가 아니라 시간을 통해서만 존재한다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는 시간을 좀 더 적극적인 이야기 소재로 불러온다. 

뤽 베송이 '존재와 시간' 개념을 철학책처럼 다소 설명조로 늘어놓았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훨씬 복잡하게 시간의 층(層)을 쌓아 나간다. 

그가 제시하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다.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놀란 감독은 이를 응용해 우주에서의 1시간이 지구의 7년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중력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 시간 흐름 때문에 영화 속 주인공은 죽음을 앞둔 반백(半白)의 딸과 젊은 모습으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다. 요즘 할리우드 영화의 지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 감독답게 놀란의 영화는 퍼즐처럼 

복잡하게 꼬여 있는 시간의 카오스를 펼쳐낸다. 그는 복잡하게 뒤엉킨 시간,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뒤엉킨 웜홀이라는 

공간을 자유롭게 유영(游泳)하면서 그 안에 숨어 있는 질서를 발견해보라고 제안한다. 

게임의 패는 물론 감독이 쥐고 있다.

'인터스텔라'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영화이자 우주에 있는 미지의 존재에 관한 영화이고 웜홀이라 불리는 

우주의 빈틈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SF영화라면 외계인과 대치하는 스펙터클한 이야기가 펼쳐지겠지만 

'인터스텔라'시간의 굴곡 때문에 더 이상 가족과 같은 시간대를 살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우주의 심연 속에 절절히 

던져놓는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한때 나사 소속의 우주비행사로 일했던 주인공 쿠퍼(매슈 매코너헤이)는 현실의 '틈'에 

숨어 있던 시공간이 뒤엉킨 다층(多層)의 세계를 통해 어린 딸과 교신하고 현실로 복귀할 수 있는 해답을 찾아낸다. 

하지만 이미 우주에서 다른 시간의 변곡점을 통과한 쿠퍼가 현실의 그들과 어울리기는 쉽지 않다. 그가 택할 수 있는 것은 

같은 시간대를 살았던 여자를 찾아 다시 우주로 떠나는 것뿐이다. 그들은 살아있지만 결코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루시'와 '인터스텔라'시간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무게감을 새삼 환기시킨다. 

째깍째깍 바늘 위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시간이 존재의 빈틈을 타고 무겁게 파고든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투명한 시간들이 끊임없이 나를 향해 흘러들고 있다. 

이 현실을 자각했다는 것만으로도 두 영화가 던져준 메시지는 결코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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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 - 2014.11.07 김명환 사료연구실장)

식량조차 떨어진 미래의 지구에서 살 길 찾아 떠난 우주탐험대의 大서사시
첨단과학 못잖게 시·공간 너머 인간의 가치 전하는 사랑의 힘 낙관한 작품

‘좋은 영화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할리우드의 어느 천재적 제작자가 말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세상의 어떤 측면을 보게 해 주는 영화가 정말로 좋은 영화다.” 
이 말대로라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인터스텔라(Interstellar)’만큼 좋은 영화도 없을 것입니다.

무려 2시간 49분이나 되는 상영시간. 관객은 지구를 잠시 떠나 까마득한 우주 공간을 여행하게 됩니다. 
블랙 홀, 얼음행성, 물행성 등 우리가 한 번도 못 봤던 신비롭고 때론 황홀한 별천지를 대형스크린으로 마주합니다. 
연말보너스, 연애, 결혼식, 취업, 수능시험, 자녀 교육 등 모든 일상의 번잡한 숙제와 고민들을 잠시 한켠으로 밀쳐 놓고 
인류의 거대 고민 하나와 마주하게 됩니다.‘몇백 년 뒤에도 우리들 인간이란 과연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인터스텔라'의 초반, 농촌에서 살고 있는 전직 우주비행사 쿠퍼(매튜 매커너히)와 딸 머피(매켄지 포이). 우주를 누볐던 그에겐 아직도 식지 않은 개척정신과 대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인터스텔라'의 초반, 농촌에서 살고 있는 전직 우주비행사 쿠퍼(매튜 매커너히)와 딸 머피(매켄지 포이). 우주를 누볐던 그에겐 아직도 식지 않은 
개척정신과 대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영화 초반에 펼쳐지는 미래 지구의 풍경이란 상상하기도 싫을 만큼 끔찍합니다. 
20세기에 인간이 저지른 잘못으로 온 천지엔 먹을 것도 마실 물도 떨어져 갑니다. 사람들은 죽음만을 기다립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정치고 경제고 완전히 다 무너져 버립니다. 
미국의 어느 농촌도 모든 주민이 굶어죽을 지경입니다. 
정체 모를 황사들이 마을과 집을 덮쳐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됩니다. 
병충해로 밀밭이 초토화되자 망연자실한 농민들이 넓은 밭에 불을 질러 시커먼 연기가 온 하늘을 덮습니다.

이 마을 쿠퍼(매튜 매커너히)는 아들딸을 지키려는 많은 주민 중 하나지만 좀 특별한 사람입니다. 
지금은 옥수수를 기르고 있지만 한때 그는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 소속 비행사로 우주공간을 날아다녔던 사람입니다. 
그가 이 혼돈의 말세에 특별한 일을 겪습니다.
초월적 존재인지 유령인지 모를 세상 저 편의 그 누군가가 보내 준 메시지를 받습니다. 
메시지 속 좌표를 추적한 끝에 쿠퍼는 미 항공우주국의 비밀 기지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엄청난 프로젝트를 맡게 됩니다. 
인류의 새로운 희망을 까마득한 다른 행성에서 찾아내기 위해 우주 탐험을 떠나는 것입니다.
'인터스텔라'에서 우주로 떠난 쿠퍼(매튜 매커너히)가 도착한 행성 중의 하나는 온통 얼음 천지다.
'인터스텔라'에서 우주로 떠난 쿠퍼(매튜 매커너히)가 도착한 
행성 중의 하나는 온통 얼음 천지다.
그 탐험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지구 궤도 여행이나 달 왕복 우주여행 따위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초 장거리 우주 여행입니다. 탐험대가 우주에서 1시간을 보낼 때 지구에서는 7년쯤의 세월이 흘러 갑니다. 
몇년간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지구의 가족들은 20여년 이상 세월을 보냅니다. 
그런 여행을 떠난다는 건 아들 딸과 영영 못 만날 수도 있는 죽음과도 같은 이별입니다. 울면서 옷자락 잡는 어린 딸도 
뿌리친 채 쿠퍼는 여성 과학자 아멜리아(앤 해서웨이)박사 등 대원들과 함께 우주로 발사됩니다.

우주선 발사와 함께 영화 ‘인터스텔라’의 경이적 장면들도 시작됩니다. 
감독은 캘리포니아 공대 명예교수 킵 손 등 이 분야 과학자들에게 자문해 가며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동원해, 
이론과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까마득한 우주 대탐험을 진짜처럼 눈앞에 펼쳐냅니다. 
영화 제목 ‘인터스텔라’는 성간(星間) 즉, ‘별과 별 사이’라는 뜻입니다. 
이 탐험대의 우주여행은 성간 여행(interstellar travel)입니다.

탐험대는 ‘우주의 먼 시·공간의 두 곳을 지름길처럼 잇는 좁은 통로’웜홀(worm hole)을 타고는 일반적인 경로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던 머나먼 곳에 도달한다는 것이죠. 우주선이 4차원, 5차원 공간을 넘나드는 영상들이 
우리의 두 눈을 황홀하게 합니다.
'인터스텔라'에서 인류의 희망을 찾아 쿠퍼와 함께 우주 탐험 중인 아멜리아 박사(앤 해서웨이). 그들의 앞에는 예측불허의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인터스텔라'에서 인류의 희망을 찾아 쿠퍼와 함께 우주 탐험 중인 
아멜리아 박사(앤 해서웨이). 그들의 앞에는 예측불허의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온 천지가 물로 뒤덮인 ‘물행성’, 온통 얼음뿐인 ‘얼음행성’의 장관이 스크린을 가득 채웁니다. 
블랙 홀의 영상은 지금까지 발표된 어떤 영상보다도 뛰어나다는 반응도 얻었다고 합니다. 
과학과 영화적 상상력의 행복한 만남입니다. 중반까지는 다소 밋밋하던 드라마는 중·후반에 요동칩니다. 
인류의 미래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점은 같지만, 그 방법과 방향을 놓고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의 숙명적 충돌이 긴박하게 
벌어지기도 합니다.

빼어난 시각적 상상력 못지 않게 관객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따뜻한 시선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미래 지구의 풍경을 참혹할 정도로 어둡게 그리고 있으면서도, 
멸망에 빠지지 않고 버텨낼 힘이 인간에게 있다는 믿음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절망뿐인 디스토피아로 미래를 그려낸 다른 우주 재난 SF 영화와 조금 다르게 ‘인터스텔라’에서는 낙관적 시선이 느껴집니다.

이 영화 속 사랑의 위력이란 시간·공간을 넘어서서 상상도 못한 곳으로 사람을 이동시키는 첨단 과학 못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딸의 사랑의 힘이 어떤 장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전하는 것을 보여 주는 라스트의 여운이 무척 길게 남습니다.

아내 없이 홀로 아들 딸을 키우던 쿠퍼가 다시 만날 기약 없는 여행을 결심하고 떠나는 까닭도 다른 모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우린 그저 아이들에게 추억이면 돼”라고 말하는 쿠퍼의 부성애는 몇 대목에서 눈물을 핑 돌게 만듭니다. 
‘순수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세요. / 
노인들이여, 저무는 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해요./ 
분노하고 분노해요. / 
사라져가는 빛에 대하여.’
영화 속에 인용되는 딜런 토마스 시의 구절은 메시지를 함축해 전합니다.

우주 물리학자들이 면밀하게 고증한 ‘웜 홀’을 통한 성간(星間)여행 이론과, 
‘사랑의 힘’이라는 ‘비과학적’ 상상력을 이렇게 그럴싸하게 녹여냈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천재성이 바로 이 지점에서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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