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4.12.23 00:15
소설가 황정은(38)은 독특한 세계로 주목받아 왔다. 말로 표현하자니 내키지 않고, 쉽게 잊히지도 않는 앙금 같은 감정이나 삶의 애매한 순간을 그는 요령 있게 포획해 선보이곤 했다. 선배 작가들은 그의 세계를 ‘과감한 생략과 암시적 문장을 통한 몽환적인 그림’(이승우), ‘몇 발짝 떨어져 삶의 남루를 바라보는 담연(淡然)한 시선’(이혜경) 같은 표현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올해 그의 개성은 본격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 말 단편 ‘양의 미래’로 현대문학상을 받았고(월간 ‘현대문학’ 편집 방침에 항의해 반납), 단편 ‘상류엔 맹금류’로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2월), 단편 ‘누가’로 이효석문학상(8월)을 받았다. 보기 드문 ‘다관왕’이다.
그는 소외계층의 삶을 자주 그리는 이유에 대해 “나나 주변의 얘기를 쓴 것일 뿐”이라고 했다. 자기 소설이 ‘모태(母胎) 계급문학’이라는 얘기다. 경기 전망이 그리 좋지 않은 내년, 그의 신작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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