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22. 10. 21. 22:57 엄마는 매번 긴 편지를 보내왔다 치매가 걸린 뒤에는 받지 못했다 손편지를 쓸 일이 거의 없는 세상 오늘 엄마께 긴 편지를 써야겠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 그래서 이 편지는 /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김남조의 ‘편지’ 부분) 이 시를 읽으면 편지를 쓰는 순간의 간절함이 잘 느껴진다. 부치지 않아도 쓰는 이의 마음이 미리 당도하는 것이 사랑이다. 어머니의 편지는 각별했다. 사무용 괘지를 일곱 장이나 이어 붙여서 세로로 써 내려간 편지였다. 두툼한 봉투를 뜯으면 한참 동안 펼쳐지는 긴 편지를 거실 바닥에 풀어내면서 읽었다. 이 긴 편지가 어떻게 봉투에 다 들어갔을까 싶게 차곡차곡 접어 넣은 편지는 꼭 익일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