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1408

[글로벌 아이] 한 사진작가의 깨달음

중앙일보 2022. 07. 19. 00:18 집에 불이 났다. 소중한 목숨 외에 꼭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방·거실·부엌 등에 있는 수많은 물건들 가운데 절대로 화마에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일까. 벨기에 출신 사진작가 바바라 이반스(Barbara Iweins)가 제안하는 상상이다. 40대 중반인 이반스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 계기는 11번의 지긋지긋한 이사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물건들을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기는 것을 반복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집에 있는 모든 것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15시간, 총 4년 넘는 기간에 걸쳐 자신과 세 아이가 소유한 크고 작은 물건들의 사진을 찍고 색상·재질·사용빈도를 구분해 엑셀 파일로 정리했다. 옷·신발·책·주방 용품은 물론 자신..

[천자 칼럼] 자화상에 숨겨진 비밀들

한국경제 2022. 07. 18. 00:10 빈센트 반 고흐는 너무 가난해서 모델 쓸 돈이 없었다. 성격장애와 조울증 때문에 남과 어울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자기 얼굴을 많이 그릴 수밖에 없었다. 자화상 속의 그는 깡마른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하다. 그런데 말년의 자화상 한 점은 수염이 없고 색감도 온화하다. 이 그림은 어머니 생신 선물용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그는 “저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라는 말을 자화상으로 대신했다 . https://news.v.daum.net/v/20220718001002351 [천자 칼럼] 자화상에 숨겨진 비밀들 [천자 칼럼] 자화상에 숨겨진 비밀들 빈센트 반 고흐는 너무 가난해서 모델 쓸 돈이 없었다. 성격장애와 조울증 때문에 남과 어울리는 것도 쉽..

[백영옥의 말과 글] [251] 과잉의 청구서

조선일보 2022. 07. 16. 00:00 매일 먹는 한 움큼의 영양제가 과한 게 아닌가라고 걱정하던 즈음, 노년에는 ‘복용하는 약의 가짓수’를 체크해 필요한 약물만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책을 읽었다. ‘노인내과’ 의사 정희원은 저서 ‘지속가능한 나이듦’에서 노인의 경우 복잡한 약을 정리하는 것만으로 상태를 개선할 때가 많다고 했다. 우리나라 65세 인구 중 73%가 두 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고, 평균 4.1가지 약을 복용한다.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2/07/16/LSQDBQTJY5BP7BSPFWYP3PLC74/ [백영옥의 말과 글] [251] 과잉의 청구서 [백영옥의 말과 글] [261] 과잉의 청구서 백영옥의..

미리 죽으면 죽을 때 죽지 않아요

한겨레 2022. 07. 14. 15:40 [[휴심정] 용수스님의 티베트불교 향기]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신을 잘 몰라서, 죽음을 잘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가 없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자기를 집착하는 한, 에고가 있는 한 죽음이 두려워요. 죽음은 에고의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형태와 동일시(집착)하는 게 에고입니다. 몸이 자기라고, 이름이 자기라고, 감정이 자기라고 생각하는 게 에고입니다. 몸이 죽을 때 자기가 없어질 줄 알고 에고가 두려운 거예요. 자기를 집착하는 바로 그만큼 죽을 때 두렵고 고통스러워요. https://news.v.daum.net/v/20220714154003714 미리 죽으면 죽을 때 죽지 않아요 미리 죽으면 죽을 때 ..

[백영옥의 말과 글] [250] 킬리만자로의 표범

조선일보 2022. 07. 09. 00:00 고급 펜트하우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비가 많이 오면 두툼한 구름이 카펫처럼 깔려 아래에 있는 고층 아파트도 잘 보이지 않는 높이였다. 사람들이 높은 곳을 좋아하는 것은 높이 올라갈수록 멀리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멀리 본다는 건 이미 게임을 반쯤 이기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 전쟁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망루를 설치하는 이유다. 하지만 높은 곳에 오르려는 사람은 알아야 한다. 어느 곳이든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산세가 더 가파르고 험난해지기 때문이다. 급경사일수록 허리와 머리를 더 숙이고 걷지 않으면 우리는 정상에 오를 수 없다. https://news.v.daum.net/v/20220709000019198 [백영옥의 말과 글] [250] 킬리만자로의 표범 [백영옥..

[백영옥의 말과 글] [258]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법

조선일보 2022. 06. 25. 00:00 요즘 부음 메시지를 종종 받는다. 아마 내 또래 지인들의 부모님들이 세상을 떠나는 세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장례식장 앞에서 빨간색 신호등에도 태연히 건널목을 걷는 노인을 봤다. 최근 히라마쓰 루이의 책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을 읽다가 노년이 되면 눈꺼풀이 처지고 허리가 굽어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신호등은 1초에 1m로 설계돼, 넘어질까 봐 주로 발밑을 보고 걷는 노인의 걸음이 감당하기엔 짧다. https://news.v.daum.net/v/20220625000024501 [백영옥의 말과 글] [258]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법 [백영옥의 말과 글] [258]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법 요즘 부음..

[백영옥의 말과 글] [257] 함께하는 시간의 가치

조선일보 2022. 06. 18. 00:00 친구 다섯 명이 약속을 잡느라 진땀을 뺐다.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것도 힘든 건 각자의 일이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고 가는 메시지를 살펴보던 어느 날,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에게는 모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문제는 그 시간을 ‘동시에’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지인과 만나기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는 ‘9시 출근 6시 퇴근’처럼 과거의 정규직 근무 형태와 다른 다양한 근무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긱 이코노미’라 불리는 계약직 근무는 개별 프로젝트나 프로그램 등 여러 변수에 따라서 수시로 팀을 구성하거나 해체한다. 프로그램의 인기에 따라 팀이 구성되고 해체되는 방송 종사자는 지금 하는 일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콜’을 기다리는..

분노의 대물림[이정향의 오후 3시]

동아일보 2022. 06. 15. 03:03 〈50〉 바우데베인 콜러 '카우보이' 초등학생 꼬마 요요는 아빠랑 단둘이 네덜란드의 시골에 산다. 아빠는 항상 불만에 차서 아들에게 미소를 짓거나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다. 요요는 이런 아빠의 관심을 받고자 애쓴다. 설거지와 빨래도 도맡아 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아빠에게 수다도 떨지만 아빠는 시끄럽다며 화를 낸다. 요요는 아빠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게 자기 탓이라고 여겨 항상 아빠의 눈치만 본다. 어느 날 요요는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 갈까마귀를 발견하고 아빠 몰래 자기 방에서 애지중지 키운다. (중략) 공감 능력이 없는 부모는 자신의 감정만 중요하기에 자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자신의 행동이 자식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모른다. 자식은 이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