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1409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6] 청와대 영빈관을 외교 명소로

조선일보 2022. 05. 06. 03:04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이 대통령 관저로 낙점되었다고 한다. 외교의 장으로 활용하던 공간을 갑자기 내주게 된 외교부로서는 난감할 듯하다. 다만 이런 점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남동 공관은 외교 시설이기는 하지만 그곳을 사용할 수 있는 이는 장관뿐이다. 장관이 거주하는 공간이라는 특성에서 비롯된 용도의 한정성이다. 차관 이하 간부도 외빈을 맞이할 일이 많지만 청사에서 회의하고 호텔 등 외부 장소에서 식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https://news.v.daum.net/v/20220506030444853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6] 청와대 영빈관을 외교 명소로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6] 청와대 영빈관을 외교 명소로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이 대통..

[백영옥의 말과 글] [251] 나의 지구에게

조선일보 2022. 05. 07. 00:00 우주 비행사들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이들 중 많은 이가 우주로 책을 가져갔다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그들 중 누구도 책을 한 장도 읽지 못했다는 게 더 인상적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그들을 사로잡은 뜻밖의 풍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구’라는 텍스트였다. 거대한 우주 속에 놓인 작고 허약한 지구를 본 순간, 많은 우주인이 아기를 처음 품에 안은 엄마처럼 가슴이 미어지는 감정을 느꼈다. 지구에 사는 인간 개개인이 연결된 존재이며, 모든 생명체의 비극이 지구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귀환한 우주인 중 많은 이가 환경주의자가 됐고 보편적 인류애를 강조했다. https://news.v.daum.net/v/20220507000028085..

[백영옥의 말과 글] [250] 태도에 대하여

조선일보 2022. 04. 30. 00:00 조카의 일거수일투족이 문자로 전송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 적이 있다. 독서실 출입과 퇴소 시간이 체크되고, 학원을 결석하면 ‘결석 처리’ 문자가 동생의 휴대폰으로 실시간 전송됐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소위 ‘빼박’ 증거였다. 학원 빼먹길 밥 먹듯 했지만 얼렁뚱땅 넘어가던 내 학창 시절이 떠오르는 동시에, 무엇이든 인증을 요구하는 청년 세대의 심리가 그 순간 이해됐다. 어릴 때부터 투명성이 내재화된 이들이 ‘공평’보다 ‘공정’을 강조하고 요구하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개인적인 각성의 순간이었다. https://news.v.daum.net/v/20220430000032410 [백영옥의 말과 글] [250] 태도에 대하여 [백영옥의 말과 글] [250] 태도..

[백영옥의 말과 글] [249] 망각에 대하여

조선일보 2022. 04. 23. 00:00 사람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무엇일까.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이 무색하게 범죄 자체보다 자신의 행위에 책임지지 않는 뻔뻔함에 더 분노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때 대중의 분노를 일으킨 건 천문학적 손실의 책임자 중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심 탈레브는 ‘스킨 인더 게임’에서 이 점을 지적하며 평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https://news.v.daum.net/v/20220423000021109 [백영옥의 말과 글] [249] 망각에 대하여 [백영옥의 말과 글] [249] 망각에 대하여 사람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무엇일까.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이 무색하게 범죄..

[한경에세이] '선택의 순간'에 필요한 것

한국경제 2022. 04. 23. 00:09 표인수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미국) insoo.pyo@BKL.co.kr 누구에게나 선택의 순간이 있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선택하지 못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일상의 모든 것은 선택의 연속이다. 점심을 뭘 먹을지의 가벼운 선택에서부터 결혼 상대방을 결정하거나 직업을 바꾸는 등 중요한 선택도 있다. 일상의 가벼운 선택은 선택 대상이나 결과를 차별하지 않으면 비교적 쉽다. 중요한 선택은 그 결과에 따라 좋은 기회를 잡기도 하고 때로는 불운한 경우를 겪기도 한다. 그러나 우연처럼 보이는 선택도 어쩌다 그냥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서면 꼭 생각할 것들이 있다. 선택의 순간에 서면 간절함이 필요하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서 간절함이 깊어지면 ‘표..

[일사일언] 질투가 나서 죽겠지만..

조선일보 2022. 04. 18. 03:02 어린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로 지내던 내가 아이를 하교시키던 어느 날 전화로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들었다. 그 순간 너무 신이 나고 흥분한 나머지 친하게 지내던 아이 친구 엄마에게 “저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어요!”라고 외쳤다. 그 후 평소처럼 친절한 미소가 오가고 일상적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축하한다는 말을 듣지는 못했다. 무언가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https://news.v.daum.net/v/20220418030211803 [일사일언] 질투가 나서 죽겠지만.. [일사일언] 질투가 나서 죽겠지만.. 어린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로 지내던 내가 아이를 하교시키던 어느 날 전화로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들었다. 그 순간 너무 신이 나고 흥분한 나머지 친하게 지내..

'논' 없는 다랑이에 잡풀만 무성.. 움트는 복원의 꿈 [서재훈의 '형형색색']

한국일보 2022. 04. 16. 10:00 좁고 기다란 조각 논들이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이어져 있습니다. 산을 품은 시골마을의 고즈넉한 정취는 구불구불한 계단 형태의 '다랑이논'으로 완성되곤 하죠. 다랑이논은 산지가 많은 우리 국토의 특성상 전국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산비탈을 일구면서 나온 돌을 쌓은 '돌계단식' 다랑이논은 경남 함양군 마천면 도마마을이 유일합니다. 지난 8일 도마마을을 찾았습니다. 이맘때면 물을 채워 넣은 다랑이논에서 모내기 준비로 분주한 농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드론을 띄워 내려다본 다랑이논은 기대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모내기 등 벼농사 준비가 한창일 시기인데도 농민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찰랑찰랑 물을 대놓은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목련의 이름은/식물세밀화가

서울신문 2022. 04. 14. 05:09 이맘때면 처음 그림을 배우던 때가 떠오른다. 수업시간 내가 처음 그렸던 식물은 목련이었다. 내내 연필로 선을 긋고 점을 찍는 연습을 하던 내게 선생님은 식물 사진을 한 장 주며 지금부터 이 사진 속 식물을 그려 보라고 하셨다. 사진 속에는 자주색 꽃잎의 목련이 있었다. 꽃잎 바깥은 자주색이지만 안쪽은 흰색이었던 것으로 보아 정확히는 자주목련이었던 것 같다. 목련의 매끈한 꽃잎과 부드러운 겨울눈의 솜털을 묘사하느라 애쓰던 때가 벌써 십여 년 전이다. 내 식물 그림의 시작은 자주목련이었지만 그간 백목련과 목련, 함박꽃나무…. 목련속 식물만 해도 벌써 세 종을 그릴만큼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또다시 목련 꽃이 피는 계절이 됐고 문득 창밖을 보다가 바람에 휘날리는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