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1409

[백영옥의 말과 글] [242] 전쟁의 얼굴

조선일보 2022. 03. 05. 00:00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일까? 평화라는 말은 너무 거대하다. 나는 전쟁의 반대편에 있는 건 일상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빼앗아 가는 건 소박한 식사 한 끼와 차 한잔,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저녁 시간 같은 것이다. 이런 사소한 빼앗김이 모여 결국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생지옥이 전쟁이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었다. 2015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우크라이나 태생이고 벨라루스에서 활동했던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https://news.v.daum.net/v/20220305000032158 [백영옥의 말과 글] [242] 전쟁의 얼굴 [백영옥의 말과 글] [242] 전쟁의 얼굴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일까? 평화..

[선데이 칼럼] 존경이 사라진 사회

중앙SUNDAY 2022. 03. 05. 00:30 「 타 집단에 대한 거부감 커져 레전드급 선수도 은퇴 투어 못 해 새 대통령이 ‘존경문화’ 만들고 적폐청산 가장한 정치보복 끝내야 」 지금 벌어지고 있는 프로야구의 은퇴 투어 논란이 우리 사회의 진영 분열과 자기가 소속된 집단만 옹호하는 배타적 문화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만 하다. 다른 팀 선수라도 큰 기여를 한 레전드에게 존경을 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끌어내리기에 급급했다가는 결국 우리 팀 스타마저 타팀의 비판에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다. 스포츠계뿐만 아니다. 연예계의 특정인 팬덤이 너무 강해 종종 라이벌 간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문화계에서도 공개적, 비공개적 블랙리스트가 공공연히 거론되기도 있다. 제자가 스승을 존..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79> 프랑스 최고 지성 파스칼 브뤼크네르] "삶은 터무니없는 은총, 늙을수록 더 사랑하라"

이코노미조선 2022. 02. 28. 18:33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라는 책을 읽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인터뷰 책을 썼던 터라, 같은 인문학 분야에서 약진하는 이 프랑스 지성의 작품이 몹시 궁금했다. 동서양의 지혜는 이토록 다르게 생동했다. 이어령 선생이 정오의 분수처럼 죽음을 생의 한가운데로 초대해 감각하고 사유했다면, 브뤼크네르는 사랑과 일을 노년의 한가운데로 불러들여 임종 전까지 ‘욕망할 것’을 권고한다.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는다’는 엄숙한 생명의 질서만큼이나 ‘젊은이도 늙은이도 욕망 앞에 평등하다’는 브뤼크네르의 선언은 정신이 얼얼할 만큼 센세이셔널(sensational) 했다. 에로스와 디오니소스의 충동으로 가득 찬 당대의 철학자는 말한다. ..

책방에 들어서면 나는 소년이 된다 [삶과 문화]

한국일보 2022. 02. 25. 22:00 시골책방에서 저는 에세이 창작 수업을 합니다. 어느 날, 한 중년의 사내가 무작정 찾아왔습니다. 시를 쓰고 싶다고. 밥벌이를 잠시 멈춘 그는 언젠가 본 영화 '시'에서 할머니가 쓴 것 같은 아름다운 시를 한번 써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더듬거리며, 때때로 멈추며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와 함께 더듬거리고 말을 멈췄습니다. 남들보다 이르고 늦음의 차이야 있지만, 그 열망의 순간은 나이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그 열망을 찾아 떠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특히나 밥벌이와 무관한 글을, 시를 쓰겠다는 사람인데 그 앞에서 가슴이 떨리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요. https://news.v.daum.net/v/2022022..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을 조심하라" [고두현의 문화살롱]

한국경제 2022. 02. 19. 00:08 ■ '새 출발' 젊은이들을 위하여 세상은 '흑백'으로 나눌 수 없어 확증편향서 벗어나 균형 감각을 독선·아집은 오만과 편견 낳고 잘못된 신념은 더 큰 불행 초래 "영감과 지혜는 한순간이 아니라 수많은 노력과 단련에서 나온다" 고두현 논설위원 스콜라 철학의 대부인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가 로마 근교 수도원에 있을 때였다. 수도원장이 한 젊은 수도사에게 “맨 처음 만나는 수도사를 데리고 시장을 봐 오라”고 지시했다. 젊은 수도자는 눈에 띄는 한 뚱보를 잡아끌고 시장에 갔다. 걸음이 느린 뚱보에게 퉁을 주며 야단을 쳤다. 이를 본 시장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분이 누구신지 알아요?” “누구긴요. 수도사지.” “정말 모른단 말이오? 우리 ..

[아무튼, 주말] 하멜보다 더 흥미진진한 조선 사내들의 표류기를 아십니까?

조선일보 2022. 02. 12. 03:02 [김동규의 나는 꼰대로소이다] 제주 여행길에 만난 '녹담거사' 민초들 진취적 사고가 준 교훈 생각만 해도 징글징글한 코로나 사태의 짜증을 삭이려고 지난가을 제주도에 다녀왔다. 정방, 천지연, 천제연폭포 그리고 외돌개와 만나 반가웠고, 꼭 40년 전 기념사진을 찍었던 만장굴 거북바위에서 짜릿했던 허니문의 단꿈을 더듬었다. 섭지코지의 탁 트인 바다, ‘쇠소깍’과 ‘큰엉해안경승지’도 흔히 대하기 어려운 빼어난 경치였다. (중략) 조선인의 표류기라! 당시에도 숱하게 뱃길을 오갔으니 충분히 있음 직한데 왜 그런 책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 했지? 인터넷에서 성종 때 벼슬아치 ‘최부’의 ‘표해록’, 그리고 순조 때 홍어 장수 ‘문순득’의 구술을 흑산도에서 귀양 살던 손암..

[윤희영의 News English] 1968년 겨울 춘천의 따스했던 기억

조선일보 2022. 02. 10. 00:00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의 통신원인 앤 하임스는 젊은 시절(in her early days)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을 다녀갔다. 그녀가 ‘혹독했던 겨울의 따스했던 기억(A warm memory of a bitter winter)’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54년 전 춘천의 겨울 풍광이다. “1968년 당시 파란 눈의 금발(fair hair) 여자는 길거리의 호기심 대상이었다. 하물며 대중목욕탕에서 발가벗고 돌아다닌(go about naked in the public bathhouse) 나는 그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https://news.v.daum.net/v/20220210000036172 [윤희영의 News English] 1968년 겨울 춘천의 따..

[김지수의 서정시대] 영혼까지 끌어모아 '숫자'에 올인하는 이들에게

조선일보 2022. 02. 10. 03:04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뉴노멀의 시간을 통과하기 위해 ‘어른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인생의 마지막 쿼터(75~100세)를 살면서도 지적 폭발과 인격의 성장을 멈추지 않는 어른들에게선 지혜의 광휘가 일렁인다. 최근에 특히 네 어른 말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 이어령 전 장관과 103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 프랑스의 대문호 파스칼 브뤼크네르와 영국의 경영 사상가 찰스 핸디가 그들이다. 나는 이 중 세 사람을 인터뷰했고, 한 분은 책으로 만났다. 이어령 선생과는 사계절을 함께하며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인터뷰집을 냈고,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으로 인연이 되어 만난 김형석 교수와는 최근 그의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