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21. 12. 09. 18:06 [문정희 칼럼]나는 이렇듯 남성 중심의 유교 봉건 사회에서 슬프게 살다간 조선 여성 시인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2000) 이라는 시선집을 펴낸 바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눈물을 머금고 이 시집을 그만 절판시켰다. 출판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시바삐 새로 보완하여 제대로 된 시선집을 내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선 시집 제목을 '조선시대 여성 시선집' 정도로 해야 할 것을, 참고문헌들과 그 당시의 관습적 분류에 따라 이라 붙이고 말았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더라” 조선 시대 시인 이매창의 절창이 떠오르는 스산한 계절의 끝자락이다. 황진이와 함께 16세기 이 땅의 빼어난 시인 중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