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1409

[백영옥의 말과 글] [225] 첩첩산중의 행복

조선일보 2021. 11. 06. 00:00 오랜만에 강원도 남부와 경북 북부를 여행했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굽이진 지형이었다. 친구가 “첩첩산중에 있으니까 참 좋다”고 말했다. 첩첩산중은 힘든 상황을 의미하는 말 같다는 내 말에 그녀는 그래서 더 좋다고 했다. 이미 첩첩산중에 들어와 있으니 중간쯤에는 도달해 있는 셈이고, 그러니 괜찮다는 것이다. https://news.v.daum.net/v/20211106000038444 [백영옥의 말과 글] [225] 첩첩산중의 행복 [백영옥의 말과 글] [225] 첩첩산중의 행복 오랜만에 강원도 남부와 경북 북부를 여행했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굽이진 지형이었다. 친구가 “첩첩산중에 있으니까 참 좋다”고 말했다. 첩첩산중은 힘든 상황을 ..

<살며 생각하며>덕수궁 석조전의 비화

문화일보 2021. 10. 29. 11:40 김영나 서울대 명예교수 前 국립중앙박물관장 기와집·초가집 일색인 한성서 서양식 건축물 색다른 근사함 질서·균형 강조 로마건축 양식 신전과 같은 고고함·위엄 갖춰 1910년 대한제국 꿈 담아 완공 일본에 병합되는 얄궂은 운명 덕수궁은 어렸을 때부터 자주 다니던 곳이었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미술대회가 자주 열렸고, 겨울에는 작은 연못에서 스케이트도 탈 수 있었다. 한옥이 즐비한 가운데 이질적인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은 색다른 근사함으로 기억됐다. 석조전에는 국립박물관이 있었는데, 안쪽 로비에는 커다란 철 불상이 있었고 그 엄숙한 분위기에 마음을 가다듬게 됐다. 철불 앞의 접시에 돈이 놓였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https://news.v.daum.net/v/2021..

[백영옥의 말과 글] [224] 사람이 사라진 자리

조선일보 2021. 10. 30. 00:00 작업실 근처 무인 빨래방 옆에는 무인 카페가 있다. 멀지 않은 곳에는 아이스크림을 할인해 주는 무인 가게가 있고, 소위 ‘인생샷’을 찍는다는 즉석 사진 점포가 있다. 이 가게의 계산대에는 사람이 없다. 점포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속도만큼 동네 곳곳에는 ‘임대 문의’ 글자가 붙은 상점도 늘고 있다. 지금은 ‘키오스크’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기계 앞에서 김밥이나 햄버거를 주문하는 일이 낯설게 느껴지던 때도 있었다. https://news.v.daum.net/v/20211030000044483 [백영옥의 말과 글] [224] 사람이 사라진 자리 [백영옥의 말과 글] [224] 사람이 사라진 자리 작업실 근처 무인 빨래방 옆에는 무인 카페가 있다. 멀지 않은 곳에는 아이..

[유홍림의 퍼스펙티브] 타성에 젖은 한국 대학 일깨우는 미네르바 대학

중앙일보 2021. 10. 25. 00:47 대학 교육의 미래 한국 대학의 관료화·무기력은 국가경쟁력에 치명적 학과 중심의 경직적 운영으론 미래 인재 양성 못해 미네르바대 교수는 능동적인 학습 돕는 협력자 역할 학생은 세계 7개 지역서 살며 문제 해결 능력 키워 “18년 후 내 딸은 대학에 갈까?” 미국의 교육 정책 전문가 케빈 캐리가 2015년 저서 『대학의 미래』에서 던진 질문이다. ‘우리가 알던 대학의 종말’은 예견된 미래인가. 연구, 실용 교육, 인문 교육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쫓으며, 재정과 조직 확장을 통해 19세기부터 유지돼온 통합형 대학 모델의 영광은 머지않아 사라질 수도 있다. 현재까지 대다수 대학은 교육과 연구의 통합을 넘어, 병원과 부설학교, 평생 및 재교육 프로그램, 산학 협력..

[아무튼,주말] 때로 정치는 이혼한 배우자와의 재결합 같은 것

조선일보 2021. 10. 23. 03:01 [김영민의 문장 속을 거닐다]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누구에게도 인생은 쉽지 않다"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중 나는 누구에게도 삶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삶이 누구에게나 같은 정도로 힘들 리는 없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삶은 쉽지 않다. 내가 듣고 보고 경험한 모든 인생이 그랬다. 아침에 울면서 깨어났다. 세수하다 거울 속에서 늙어버린 자신을 보았다. 죽을 때까지 방안의 먼지를..

[백영옥의 말과 글] [223] 포란반(抱卵斑)

조선일보 2021. 10. 23. 00:00 돌 지난 아기를 키우는 후배 집에 갔다가 곰돌이 인형을 보았다. 특이하게 아기가 인형을 곰돌이 삼촌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 낡은 인형은 후배가 30년 전, 어릴 때부터 가지고 놀던 애착 인형이었다. 정말 곰돌이 삼촌이라 할 오랜 역사의 증인이었다. 만약 이 아기가 자라 또 아이를 낳는다면 곰돌이 삼촌은 곰돌이 할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생각만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https://news.v.daum.net/v/20211023000025395 [백영옥의 말과 글] [223] 포란반(抱卵斑) [백영옥의 말과 글] [223] 포란반(抱卵斑) 돌 지난 아기를 키우는 후배 집에 갔다가 곰돌이 인형을 보았다. 특이하게 아기가 인형을 곰돌이 삼촌이라고 부르고 ..

[알베르티의 유럽 통신] 누구나 걸려들 수 있는 '고정관념의 덫'.. 때론 작은 편견이 큰 파장을 낳는다

조선일보 2021. 10. 20. 03:03 1년 이상 기다린 도쿄 올림픽 개막식 방송에서, 한국인들은 뜻밖의 ‘쇼’를 봤다. 한국 방송사 MBC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라들을 사진 한 장으로 설명해보려는 과욕을 부렸다. 이탈리아 선수단이 행진할 때는 피자, 노르웨이는 연어 덩어리, 루마니아 때는 드라큘라 사진이 등장했다. 결과는 엄청난 실패였다. 이탈리아인으로서 수천 년 역사와 문화가 피자 사진 한 장으로 요약돼 기분이 상했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MBC는 왜 ‘고정관념(stereotype)의 덫’에 빠졌는지, 일상에서 그 덫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려 한다. https://news.v.daum.net/v/20211020030346446 [알베르티의 유럽 통신] 누구나 걸려들 수 있..

[백영옥의 말과 글] [222] 오래 달리기

조선일보 2021. 10. 16. 00:00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인용되는 고전적인 말 중에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가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최근 뒤집힌 채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는 말로 더 자주 인용되곤 한다. 다양한 도전을 하며 꾸준히 일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노하우가 궁금했다. 가수이며 배우인 김창완에게 그 비결을 물은 적이 있는데, 그는 침착하게 말했다. 그게 어떤 일이든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하지 않는 것. 그냥 계속하는 것. 잘릴 때까지. 늘 ‘최고’라고 생각하던 예술가에게서 ‘잘리기 전까지’라는 의외의 말이 나왔다는 것에 많이 놀랐었다. https://news.v.daum.net/v/20211016000026434 [백영옥의 말과 글] [222] 오래 달리기 [백영옥의 말과 글] [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