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가을 뜻 (조선일보2016.10.08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가을 뜻 베개 베고 뒤척이다 밤중에 일어나 앉자 등불 심지 돋우고서 생각에 잠겨든다. 숲속이 휑해져 바람은 쉽게 지나가도 하늘이 멀어져 기러기는 천천히 날아온다. 비가 오려는지 꿈속까지 들이치는데 가을빛은 시마저도 물들게 하.. 文學,藝術/고전·고미술 2016.10.08
[가슴으로 읽는 한시] 병석의 나를 위로하다 (조선일보 2016.10.01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병석의 나를 위로하다 병으로 신음한 지 오래라 몸은 야위었어도 앞으로 마음에는 살이 찌도록 해보려 하네. 문을 닫고 편안히 책을 볼 수 있어 절로 기쁘고 세상을 멀리하고 남들을 보지 않아도 괜찮더군. 중년에 사업을 새로 경영하는.. 文學,藝術/고전·고미술 2016.10.01
[정민의 世說新語] [385] 폐추자진(敝帚自珍) (조선일보 2016.09.28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1806년 다산(茶山)이 혜장(惠藏)의 주선으로 보은산방(寶恩山房)에 머물러 있을 때, 그의 제자 미감(美鑒)이란 승려가 입이 잔뜩 나온 채 다산을 찾아왔다. 제 동무 스님들과 '화엄경'을 공부하다가 '등류과(等流果)'의 해석을 두고 말싸움이 .. 文學,藝術/고전·고미술 2016.09.28
[가슴으로 읽는 한시] 서울을 떠나며 (조선일보 2016.09.24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서울을 떠나며 해진 가죽옷에는 이슬이 내려앉고 추위에 떠는 말은 새벽종을 헤치고 간다. 청파동 냇물과는 몇 번이나 작별했던가? 남산 자각봉은 잊으려야 잊지를 못하겠다. 석양은 장승에 비껴 쪼이고 가을빛은 산을 불콰하게 만들었.. 文學,藝術/고전·고미술 2016.09.24
[정민의 世說新語] [384] 과성당살 (過盛當殺) (조선일보 2016.09.21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아침저녁 소매 끝에 느껴지는 기운이 선뜻하다.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산사야음(山寺夜吟)' 시는 이렇다. "우수수 나뭇잎 지는 소리를, 성근 빗소리로 잘못 알고서, 사미 불러 문 나가 보라 했더니, 시내 남쪽 나무에 달 걸렸다고 (蕭蕭.. 文學,藝術/고전·고미술 2016.09.21
[가슴으로 읽는 한시] 정릉에서 친구에게 (조선일보 2016.09.18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정릉에서 친구에게 이런 곳에 작은 초가집 짓고 산다면 그게 바로 부생(浮生)에서 늙음을 막는 방법이지. 사시사철 솔향기 풍겨서 여름 더위를 식혀주고 하루라도 계곡 물소리 들으면 십 년은 더 살겠군. 그윽한 새는 사람을 만나도 울 .. 文學,藝術/고전·고미술 2016.09.18
[정민의 世說新語] [383] 차납지변(借納之辨) (조선일보 2016.09.14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충무공 이순신(李舜臣)이 훈련원에 있을 때 몹시 아름다운 전통(箭筒)을 지니고 있었다. 이 말을 들은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이 사람을 보내 빌려달라고 하자, 충무공이 거절하며 말했다. "이것은 빌리자는[借] 것입니까, 달라는[納] 것.. 文學,藝術/고전·고미술 2016.09.15
[가슴으로 읽는 한시] 음력 8월 15일 (조선일보 2016.09.10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음력 8월 15일 호기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에야 천지가 넓은 줄 알 수나 있었겠나! 병들어도 내 붓을 던지기는 어렵고 늙어도 관모를 못 벗어던지겠네. 가을은 고향 생각을 데리고 찾아오고 밤은 부엌의 말소리를 따라 깊어가네. 향 사르.. 文學,藝術/고전·고미술 201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