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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희의 환경칼럼] 지구는 얼마나 크고 인간은 미약한지

바람아님 2015. 5. 3. 09:50

(출처-조선일보 2015.05.02 한삼희 논설위원)


	한삼희 논설위원 사진
한삼희 논설위원

네팔 지진은 인도 지각판(板)이 북진(北進)하면서 유라시아 대륙판과 

충돌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인도판의 진행 속도는 1년에 5㎝, 

손톱 자라는 속도 수준이다. 그래도 그 움직임이 수십 년 축적되면 

꽤 된다. 이번 지진은 1934년 지진 이후 81년간 축적된 마찰력이 

다시 퉁그러져 나온 것이다.

인도판과 유라시아판 충돌이 시작된 건 5000만년 전이라고 한다. 

연간 5㎝씩 꾸준히 움직였다면 2500㎞가 된다. 대륙 땅덩어리를 

움직이는 지구의 힘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해 히말라야 산맥까지 

솟아오르게 했다.

인도판·유라시아판 충돌은 지구의 빙하기(氷河期)도 만들어냈다. 1억년 전엔 공룡이 지구를 누볐다. 그땐 지구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10도, 극지방 기온은 20도 이상 높았다. 당시 식물·동물 화석을 보고 추정하는 것이다. 북극권에 야자나무가 자랐고 악어·거북이 살았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금의 4~10배 수준이었을 걸로 본다.

그 상황에서 히말라야 지각이 솟아오르면서 암석 덩어리들이 쪼개졌다. 조각난 덩어리들은 산맥의 가파른 경사로 굴러 떨어지면서 더 잘게 분쇄된다. 떨어져 나간 바윗덩어리 아래 새 암석층이 또 노출된다.

암석 덩어리가 잘게 부스러질수록 빗물에 노출되는 표면적은 늘어난다. 

히말라야 산맥이 생기면서 지구의 전체 육지 표면적이 50% 늘어났다고 한다. 

히말라야는 몬순 강우(降雨)도 불러왔다. 낮에 히말라야 땅덩어리가 태양열에 달궈지면 인도양 바다 쪽에서 해풍(海風)이 불어온다. 그 기류가 산맥을 타고 오르면서 냉각·응결돼 비를 뿌린다. 히말라야 트레킹 할 때 보면 오후 3~4시 꼭 비를 만난다.

빗물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녹아들어 탄산 성분을 품고 있다. 

탄산은 암석을 화학적으로 녹여 풍화(weathering)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탄산은 암석 성분과 결합해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이 과정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소모된다. 히말라야가 솟아오른 수천만년 사이 

공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이것이 지구를 냉각시켰다. 

300만년 전부터 유럽·북미 대륙에 최고 3㎞ 두께 빙하가 등장했다.

빙하기라 해도 태양~지구 거리, 지구축 기울기가 수만년 주기(週期)로 변하면서 

빙하가 녹는 간빙기(間氷期)가 중간중간 찾아온다. 1만년 전부터 지금까지는 간빙기에 

해당한다. 인간 문명은 간빙기라서 가능했다.

요약하면 수천만년 동안 지구 기후는 

①지각판 충돌로 냉각화(冷却化)라는 큰 방향으로 움직여왔고, 

②300만년 전 시작된 빙하기 아래서도 

지구 궤도(軌道) 변화에 따라 간빙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왔고, 

③현재는 간빙기 상황에서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로 온난화 현상에 맞닥뜨려 있다.

여기서 ①의 지각판 움직임은 말할 것도 없고 

②의 지구 궤도 변화 역시 인간의 시간 감각으로는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더딘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다. 사람 100년 수명 갖고는 지질학적 시간의 심연(深淵) 속에서 

전개되는 지구 기후의 초장기 변화를 인식할 수 없다. 

개미 집단이 아무리 똑똑해지더라도 사람이 만든 도시 풍경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수백년~수천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③의 온난화를 걱정하고 있지만, 거대 시간 규모에선 

①의 지각판 운동과 ②의 궤도 변화가 몰고 올 빙하기 재(再)돌입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