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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두 주 만에 '뷰어' 수 4천 5백만 명..슬픈 사연

바람아님 2015. 7. 13. 09:32

SBS 2015-7-13

 

갈색 머리에 토실토실한 볼, 그리고 똘망똘망한 갈색 눈…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 어린 여자아이의 사진이 페이스북에 실리자마자 이를 본 미국인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2주 만에 무려 4천5백만 명이 이 페이스북에 접속했을 정도입니다. 할리우드 아역 스타도 아니고 유명 모델도 아닌 그저 평범한 이 아이의 사진이 세간의 관심을 끈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슬픈 사연 때문입니다.

지난달 25일, 한 여성이 개를 데리고 매사추세츠 주 '디어' 아일랜드 해안을 산책하던 중이었습니다. 개가 검정색 비닐 봉투를 뒤적거리는 것을 보고 뭔가 하고 들여다본 여성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 안에는 아이의 시신이 담겨 있었습니다. 얼룩말 무늬의 담요에 쌓은 시신은 3~4살 정도의 어린 여자아이였고 검은 점이 박힌 레깅스를 입고 있었습니다.

 

 

▲ 출처 : Fox 뉴스


시신은 이미 부패가 진행된 상태인 데다 주민등록이 안 된 어린아이라, 신원을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시신을 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고, 동시에 시신의 얼굴 사진을 찍어 '국립 실종 아동 센터' (National Center for Missing and Exploited Children)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 아이의 생전 얼굴 모습을 복원하기 위한 컴퓨터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얼굴 이미지가 완성되자 매사추세츠 경찰은 아이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이 아이의 신원을 아는 사람의 제보를 바란다는 공고를 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어요. 엄청난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접속해왔죠. 지금까지 저희 경찰서 페이스북이 기록했던 최고 뷰어 수의 10배가 넘는 사람이 이 사진을 봤어요. 그것도 불과 두 주 만에요."


제이크 워크 대변인의 말입니다. 그리고 뷰어 수가 늘면서 제보도 쇄도했습니다. 수백 건의 제보가 접수됐고 이 제보들을 추려서 20여 명의 아이를 뽑아냈습니다. 그리고 일일이 확인해봤지만 그 아이들은 모두 살아있었습니다.

아이의 신원을 파악해야만 수사를 펴나갈 수 있을 터인데 이 아이의 신원을 정확히 아는 제보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또, 아이의 신원뿐 아니라 아이가 어떻게 숨졌는지조차 경찰은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 몸에는 특별한 외상이 없었고, 검시관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어떻게 죽게 됐는지 사인을 밝힐 수 없었습니다. 경찰은 혹시나 싶어, 독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아이가 매사추세츠 주에 거주했던 아이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이 해변가에 몰래 버리고 갔을 수도 있지만 다른 주에서 버린 시신 봉지가 조류를 타고 이곳까지 떠내려 왔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새, 이 아이를 안다는 제보가 속속 접수됐고 그때마다 경찰이 확인해보면 모두 다른 아이로 나타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 출처 : Fox 뉴스

지난 7일 경찰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아이의 부모에게 호소했습니다."제발 이 아이의 부모가 나타나 주길 바랍니다. 양심에 호소합니다. 이 아이의 신원만이라도 알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부모가 아이를 살해했거나 또는 사고로 숨진 아이를 이렇게 버렸다면 자기 발로 나타날 리 없겠지만 경찰로서는 그런 호소까지 생각해야 할 정도로 수사는 겉돌았고 절박했습니다.

경찰의 수사가 제자리를 맴돌면서 경찰도 서서히 지쳐가는 사이,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서 페이스 북을 본 사람들이 다시 이 사진을 퍼다가 자기 페이스북에 싣고 신원 파악을 호소하고, 이를 본 다른 사람들이 역시 사진을 퍼 나르는 연쇄 반응이 이어졌습니다."어떻게 이런 예쁜 아이를 버릴 수 있을까요?"라거나,"정말 끔찍해요. 누구도 이런 천사를 저버릴 순 없어요"등등 아이의 사진을 실어 나르면서 아이의 신원을 아는 분은 연락해 달라는 호소가 파도같이 퍼져 나갔습니다.

▲ 출처 : Fox 뉴스

제보를 받고 추적하다가 허탕 치는 일을 반복하던 경찰도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다시 힘을 얻었습니다."우리는 계속 실마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펴나갈 겁니다. 만일 이 아이를 안다거나 어디선가 한 번이라도 마주친 기억이라도 있으신 분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연락주세요."

▲ 출처 : Fox 뉴스

지금도 페이스북마다 이 아이의 사진을 퍼 나르면서 아이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제보를 보내달라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숨지게 됐는지 알 수는 없으나 안식처를 찾지 못한 채 검정색 봉투에 담겨 구천을 떠돌던 천사 같은 이 아이의 영혼이 평온하게 영면할 수 있도록 억울한 죽음의 비밀과 그 범인을 반드시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