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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선열 모신 서대문 현충사 '독립기념관' 된다

바람아님 2015. 8. 17. 07:18

(출처-조선일보 2015.08.17 최희명 기자)

[규모 10배로 확충… 독립유공자 1만3408명 위패 추가 설치]

독립운동史 조망하는 전시, 청소년 교육시설 등 마련
3·1운동 100주년 되는 2019년 준공식 가질 예정

일제에 항거하다 목숨을 잃은 순국선열들의 위패(位牌)를 모신 서울 서대문구 현충사〈사진〉가 10배로 증축돼 
독립운동 관련 전시 시설과 청소년 교육 시설을 갖춘 '제2 독립기념관'으로 재탄생한다. 
순국선열 2835위(位) 외에도 애국지사 등 독립유공자 전체 위패가 추가 설치돼 총 2만 위까지 늘어난다.

현충사 사진
/고운호 객원기자
15일 오전 순국선열 현충사를 방문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순국선열유족회를 만나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보훈처는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195억원의 예산을 들여 현재 184㎡(약 56평)에 불과한 현충사 규모를 10배로 
확충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2018년 말 준공을 목표로 내년 1월 실시 설계 공모에 들어가며,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 3월 1일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현재 순국선열 위패 봉안관으로 사용되는 현충사 건물은 '독립의 전당'이란 이름의 독립유공자 기념 시설로 
탈바꿈한다. 보훈처 관계자는 "현재 서울에는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새로 지어질 독립의 전당이 '제2의 독립기념관'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독립의 전당에는 구한말 국권 회복 운동을 비롯해 일제강점기의 항일 독립운동, 광복 등 한국의 독립운동사(史) 전체를 
조망하는 각종 전시 시설이 갖춰지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역사 교육의 장도 마련된다.

현충사 위치 지도순국선열 전체 명단이 확보되지 않아 위패 봉안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던 상황도 
보훈처가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보훈처는 올해 말까지 독립유공자 1만3408명 명단을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로 분류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이들 모두의 위패를 독립의 
전당에 모실 예정이다. 순국선열은 일제강점기에 항일 전투나 사형·고문 등으로 
광복 이전 사망한 독립유공자를 뜻하고, 살아서 광복을 맞았거나 광복 이전에 
사망했더라도 일제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경우가 아닌 독립유공자는 애국지사라 
부른다. 보훈처 관계자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을 더 찾아내 
위패를 2만 위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충사 증축 기간 동안 기존 순국선열 
위패들은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옮겨져 일시 보관된다.

이날 현충사를 찾은 박 보훈처장은 순국선열 위패 앞에 분향·헌화하고 김시명 
유족회장을 만나 현충사 운영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박 보훈처장은 "독립의 전당 건립은 오늘날 대한민국 발전이 독립유공자들의 땀과 피로 
이뤄졌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의 역사가 '제2의 광복'인 통일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앞서 14일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국회의원 16명도 현충사를 참배하고 김시명 회장을 만나 유족회를 국가보훈 
공법단체로 포함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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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대문 현충사 못지않게 부끄러운 일


(출처-조선일보 2015.08.15 홍준기 사회부 기자)


홍준기 사회부 기자 사진"순국선열(殉國先烈)의 뜻을 아십니까?"

행정자치부 관계자의 한마디 말에서 시작된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 내 '현충사'에 대한 취재는 

'나 역시 광복을 위해 싸웠던 이들에 무심했구나'라는 부끄러움과 함께 끝났다. 

순국선열(殉國先烈)은 일제 강점기 전투·고문 등으로 사망한 독립운동가를 의미하는데

이들의 위패를 모신 현충사는 무관심 속에 17년간 방치돼 있었다는 것이다. 

순국선열의 정확한 뜻조차 몰랐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은 2년 전 미국 LA의 야구장에서 만났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장녀 고(故) 안수산 여사를 떠올리게 했다.

2013년 7월 LA 다저스타디움에선 '코리아데이' 행사가 열렸다. 

이날 안 여사는 퇴역 군인들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미국 이름으로만 소개됐다. 

야구장을 찾은 한국 기자나 교민은 구장 한편에 앉은 '한국인 할머니'가 누구인지 대부분 몰랐다. 

류현진과 추신수, 걸그룹 소녀시대에 모두 열광하는 동안 안 여사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날 안 여사를 만나 "수많은 한국인을 보니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그녀의 정체를 알고는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안 여사는 1942년 '독립을 위해선 일본과 직접 싸워야겠다'는 생각에 미 해군에 입대해 여성 포격술 장교로 

활약했다고 한다. 이어 정보 부서에서 일하며 일본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힘을 보탰다.

안 여사는 지난 6월 LA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광복 70주년이지만 국내에선 그녀의 별세에 큰 관심을 두는 이가 없었다. 

반면 미 해군은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공적을 치하하고 감사 메시지를 전해왔다.

현충사 역시 안 여사처럼 광복 70주년에도 우리 관심 밖에 있었다. 

현충사를 관리하는 순국선열 유족회는 "몇 년 동안 공문을 보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던 국회와 보훈처가 (현충사가 방치됐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나오자 움직이고 있다"며 "씁쓸하다"고 했다. 

나라 위해 몸바친 이들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 없다면, 건물마다 걸린 대형 태극기와 화려한 광복절 행사 무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조선일보 사설(2015.08.13)] 순국선열 위패 모신 곳이 17년간 창고 취급받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