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세상이야기

“불륜오빠 대신 여동생을…” 인도 ‘연좌제 강간’ 처벌 논란

바람아님 2015. 9. 2. 09:39

동아일보 on세상2015-08-31

조회수900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참고사진) | AFP=뉴스1

 

인도 북부의 마을 원로들이 유부녀인 여성과 눈이 맞아 도망간 남성의 죄를 애꿎은 그의 여동생에게 물어 강간당하도록 하는 등의 형벌을 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배그패트에서 한 남성이 유부녀와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마을 원로(캅 판차이엇)들은 지난 7월 회의를 거쳐 이 남성에게 죄를 물어 23살과 15살난 그의 여동생 2명을 강간을 당하도록 시켰으며 벌거벗은 채로 거리를 걷는 형벌을 내렸다.

사건의 이면에는 인도의 뿌리 깊은 계급 전통이 자리하고 있다.

인도 카스트 제도에는 '바르나(Varna)'라 불리는 4개의 계급인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가 존재한다. 이 바르나에 포함되면서 '가문'을 이루는 사람들을 '자티(Jat)'이라고 하며 이에 포함되지 않는 불가촉천민(Untouchable)을 '달리트(Dalit)'라고 부른다.

 

비베이크 싱 변호사에 따르면 이 남성의 가족은 불가촉천민인 '달리트' 출신이며 남성과 도망간 유부녀는 '자티'에 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살인 여동생은 8월 대법원에 배그패트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며 가족을 보호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싱은 '마을 회의가 남성에게 복수하고자 애꿎은 여동생들에게 강간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청원서 제출 이유를 AFP 통신에 밝혔다.

인권운동단체인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이에 항의하는 12만2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온라인 청원에 동참했다.

인도 대법원은 우타프라데시주 당국에 9월 15일까지 이들의 청원서에 답하라고 명령했으며 앰네스티는 30일 '달리트'들이 차별로 고통받는다며 마을 회의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샤르드 사찬 배그패트 경찰서장은 "혐의를 조사했으나 '캅'들이 여성들을 위협하는 명령을 내린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AFP 통신에 밝혔다.

남성 캅 펀차이엇으로 구성된 마을 원로회의는 인도 북부 지역 사회에서 막대한 영향을 가진다. 이들은 법적인 효력을 가지지 않더라도 전통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 '명예 살인'을 암암리에 시행해 비난받아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