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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 ⑦] 백년치욕(百年恥辱)의 상처를 딛고 피우는 꽃…중국꿈(中國夢)

바람아님 2016. 1. 1. 00:36

[J플러스] 입력 2015.12.28 

유상철 기자는 1994년부터 98년까지 홍콩특파원, 98년부터 2004년까지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중국연구소 소장을 지낸 중국통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모해나갈까요. 그에 맞춰 우리는 또 어떻게 적응하고 도전해나가야 할까요.
유상철 기자의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은 이같은 질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칼럼입니다. 매주?월요일과 목요일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돈을 빌린 이는 고의는 아니지만 이따금 돈 빌린 사실을 까먹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돈을 빌려준 사람은 결코 잊지 않는다. 상처도 마찬가지다. 상처를 준 사람은 기억하지 못할 수 있어도 상처받은 이는 그 아픔을 죽어도 지울 수 없다.

시진핑의 중국은 과거 상처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상처를 이해하지 못하면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그 상처란 바로 중국인들이 ‘백년치욕(百年恥辱)’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이 터진 이후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지기까지 약 100여 년을 치욕 속에 보냈다고 한다. 백년의 상처는 아편전쟁을 시발점으로 한다.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 또한 건국 전날 선열을 추모하는 비문을 쓰면서 아편전쟁을 언급하지 않았나.
아편전쟁은 왜 그렇게 중요한가. 세상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달라지는 역사적 분수령이 되기 때문이다. 아편전쟁 이전의 중국은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과 같은 존재다.

오직 중국만이 존귀하다. 나머지는 오랑캐라고나 할까. 한 마디로 중국과 다른 나라의 관계는 대등하지 못하다. 무역(貿易)은 대등한 국가끼리 하는 것이니 중국으로선 필요 없는 것이다. 조공(朝貢)을 바치면 회사(回賜)를 할 수는 있을 망정 말이다.

이처럼 중국이 다른 모든 나라의 위에 서 있는 상태가 천하(天下)질서다. 이런 천하질서가 무너진 게 아편전쟁으로 인해서다. 아편전쟁에서 패한 뒤 중국은 영국을 대등한 존재로 인정하며 난징(南京)조약을 체결한다.

중국의 지위가 다른 나라와 같아진 세계(世界)질서가 열리는 것이다. 이후 중국에게 붙여진 별명은 ‘동아시아의 병자(東亞病夫)’다. 국토는 갈갈이 찢긴 채 한마디로 빈사 상태에 놓이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중국의 자구(自救) 노력이 없을 수 없다. 중국은 고민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서구에 기술이 뒤진 게 아닌가. 그래서 우선 유학을 근본으로 하되 서구의 군사기술을 받아들여 부국강병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체서용(中體西用)의 노력을 펼친다.

이것이 별 효과를 보지 못하자 이번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변법자강(變法自强) 운동을 벌이지만 이 역시 효험이 없자 중국의 정신 상태를 뜯어 고치자는 신문화운동에 나선다.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 장제스의 국민당과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대륙의 패권을 놓고 맞붙는다. 장제스는 “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다”며 공산당 토벌에 나서고 마오는 “태양이 두 개면 어떠냐. 인민에게 그 중 하나를 택하게 하라”며 도전한다.

결과는 마오의 승리. 그 마오가 아편전쟁 이전 시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내세운 구호가 ‘영국을 추월하고 미국을 따라잡자’는 ‘초영간미(超英?美)’ 아니었던가. 그리고 바통을 이어 받은 덩샤오핑의 입에선 ‘누구든 먼저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先富論)’이 나왔다.

중국의 3세대 리더 장쩌민은 발전을 위해선 사영 기업가의 역할이 절대적임을 인식하고 마침내 공산당이 과거 타도의 대상이던 자본가의 이익까지 보장해 주겠다는 삼개대표론(三個代表論)을 내세운다.

그리고 4세대 지도자 후진타오는 30년 넘게 10% 가까운 달려온 고속 성장의 그늘을 치유하기 위해 조화사회(和諧社會)를 외친다. 중국의 5세대 영도인 시진핑의 중국꿈은 이처럼 아편전쟁 이후 간단 없이 지속돼온 중국 영광의 되찾기 운동 선상에 서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편전쟁을 출발점으로 중국이 겪어 온 중국의 상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선 시진핑이 제시한 중국꿈의 탄생 배경을 알 수 없다. 현재 중국에 아편전쟁은 아득한 옛날의 일이 아니다. 바로 엊그제 발생한 것처럼 생생하다.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은 바로 아편전쟁의 상처를 시발점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