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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책장 보니… 새 액자 7개 중 3개가 소수민족 사진

바람아님 2016. 1. 6. 08:56

조선일보 : 2016.01.04 

중국 최고 지도자의 집무실 모습… 올해 中 통합 노선 가늠할 힌트
작년 옌볜 조선족 자치주 찾아 책상다리 환담하는 사진도 비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매년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공개하는 주석 집무실이 올해도 중국 네티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거주하는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의 '속살'을 들여다볼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2013년부터 12월 31일 밤 CCTV 등을 통해 서방 지도자들처럼 신년사를 전하고 있다.

31일 중국 관영 CCTV를 통해 공개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집무실.
31일 중국 관영 CCTV를 통해 공개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집무실. 올해는 전년에 없던 사진 7장이 등장했는데, 이 가운데 3장이 소수민족과 관련된 것이다. 책상 왼쪽에 보이는 보고서는 매년 달라진다. 올해는 앞으로 5년간의 경제 계획서와 2015년 중국 녹색발전지수 보고서가 놓였다. /CCTV

 

올해 시 주석 집무실에는 이전에 없던 사진 7장이 등장했다. 한 네티즌은 "7장 모두 2015년에 찍은 것인데 이 중 3장이 소수민족과 관련된 행사 사진"이라며 "시 주석이 민족 통합과 단결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 집무실을 분석한 CCTV 화면을 보면, 시 주석이 작년 7월 옌볜의 조선족 마을을 찾아 방에서 책상다리하고 조선족 10여 명과 환담하는 사진이 책장에 놓여 있다. 작년 9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신장·티베트 등 5개 소수민족 자치주 대표들과 담소하는 사진과 작년 1월 윈난성 다리(大里)를 방문해 백족(白族)과 간식을 먹는 사진도 책장을 장식하고 있다. 나머지 4장은 항일전쟁 승전 70주년 열병식 연설과 유엔 연설 장면, 젊을 때 고생했던 량자허 마을 방문 모습, 중국 어린이들과 함께 웃는 사진 등이다. 시 주석이 열병식 연설만큼 소수민족 관련 행사를 중시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신장 등에서 벌어지는 위구르족의 테러와 티베트의 독립 활동 등이 중국 통합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소수민족 인사의 중앙 정계 진출이 두드러지는 것도 시 주석이 강조하는 민족 통합 차원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국가에너지국장(장관급)에 위구르족인 누얼바이커리를 기용했고, 지린성 당 서기에는 몽골족인 바인차오루를 발탁했다. 소수민족이 성(省)의 당 서기까지 오른 것은 바인차오루가 처음이다. 지난 10월에는 공산당 중앙위원으로 조선족인 김진길이 선출됐다.

시 주석이 작년 7월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를 찾아 책상다리를 하고 한복을 입은 조선족과 대화하는 모습.
시 주석이 작년 7월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를 찾아 책상다리를 하고 한복을 입은 조선족과 대화하는 모습. /CCTV

 

시 주석 책상 위의 보고서도 매년 달라진다. 올해는 앞으로 5년간 중국의 경제·사회 발전 청사진을 담은 '제13차 5개년 계획서'와 '2015년 중국 녹색발전지수 보고서'가 배치됐다. '13차 5개년 계획서'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하고 편안함) 사회'를 만들겠다는 시 주석의 목표와 직결된 문서다. '녹색발전지수 보고서'는 최근 중국에서 맹위를 떨치는 스모그 감소 대책 등을 담고 있다.

반면 집무실의 다른 소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책상에는 이전처럼 붉은색 전화기 2대와 흰색 전화기 1대가 놓여 있다. 붉은색 전화기는 당·군·정의 핵심 인사와 곧바로 연결되는 '핫라인'이다. 시 주석이 국가 위기관리를 직접 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도구다. 노트북 등의 컴퓨터는 이전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시 주석이 직접 대면보고를 받고 지시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책 상 뒤의 만리장성 그림과 오성홍기(五星紅旗·국기)도 변함이 없었다.

시 주석이 부친인 시중쉰을 휠체어에 태우고 가는 모습, 그가 모친인 치신 여사와 손잡고 산책하는 광경,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딸 시밍쩌와 함께 찍은 사진 등도 그대로였다. 효(孝)와 화목을 중시하는 평범한 가장(家長)의 모습을 부각시켜 중국 국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베이징=안용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