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6.08 이항수 사회부 차장)
- 이항수 사회부 차장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과 노동조합 관련법에 따라 이주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였다.
주로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구성원인 이 노동조합의 조합 설립 신고를 반려한 것이 정당한지가 쟁점이었다.
이듬해 2월 서울행정법원은 노조 창립 당시 위원장이었던 아노아르씨가 불법 체류자라는 점 등을 이유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2007년 2월 정반대 판결을 내렸다.
"헌법과 관련 법에 따라 불법 체류 외국인에게도 노동 3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 사건은 2007년 2월 28일 대법원에 접수됐다. 그런데 오늘까지 만 8년이 훨씬 지난 아직도 대법원에
이 사건은 2007년 2월 28일 대법원에 접수됐다. 그런데 오늘까지 만 8년이 훨씬 지난 아직도 대법원에
'계류 중'인 최장기 미제(未濟) 사건이다. 그 사이 원고 아노아르씨는 방글라데시로 귀국했다. 주심이던
대법관은 6년이나 처리를 미루다 퇴임했고, 지금은 그 대법관 밑에서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냈던 새 대법관이 주심을 맡고 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신설로 소음 때문에 피해가 크다며 인근의 아파트 주민 등 3300여명이 낸 소송이 대법원에 접수된 건
서울외곽순환도로 신설로 소음 때문에 피해가 크다며 인근의 아파트 주민 등 3300여명이 낸 소송이 대법원에 접수된 건
2008년 7월이었다. 7년 가까이 끌어온 이 사건이 두 번째 장기 미제 사건이다. 골프장 캐디들이 노동조합법이나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에 해당되는지가 쟁점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도 6년 1개월을 넘긴 세 번째 장기 미제 사건이다.
대법원은 이렇게 지연된 이유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와 의무, 전국 도로변 주민들의 소음 피해, 특수한 형태의 근로
계약에 미치는 영향 등 세 사건이 각각 고민할 쟁점이 많다"고 설명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계류 기간이 2년을 초과한 대법원의 미제 사건은 2007년 178건에서 2009년 300건을 넘더니 2013년엔 788건으로 늘었다.
계류 기간이 2년을 초과한 대법원의 미제 사건은 2007년 178건에서 2009년 300건을 넘더니 2013년엔 788건으로 늘었다.
대법원의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얼마나 될까. 아예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별도의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審理不續行) 사건을 제외했을 때, 판결로 끝나는 기간이 형사 불구속 사건은 188일(구속 사건은 58일)이고
가사(家事) 사건은 185일로 대략 6개월씩 걸린다. 민사 사건은 292일, 행정 사건은 404일이나 된다.
평균 처리 기간이 이 정도니 평균보다 길어서 몇 년씩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당사자들은 목이 빠질 지경이다.
이런 현상은 기본적으로 대법원 사건이 연간 3만7000건이 넘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기본적으로 대법원 사건이 연간 3만7000건이 넘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이 1인당 연(年) 3000건을 처리하려면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10건 이상
처리해야 한다. 비록 차선책이지만 상고법원 도입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이해는 간다. 그러나 개중에는
대법원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도 대법원에서만 20개월
이상 결론을 내지 않아 이제는 임기 1년도 안 남긴 어느 국회의원 사건이 대표적이다.
대법원이 장기 미제 사건들에 고심을 거듭해 솔로몬 같은 명판결을 내릴지도 모른다.
대법원이 장기 미제 사건들에 고심을 거듭해 솔로몬 같은 명판결을 내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양의 유명한 법언(法諺)처럼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정의를 부정하는 것이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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