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에 걸린 영국 남성이 한 달 전 죽은 아내를 찾아달라고 경찰을 찾아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경기 분당경찰서 서현지구대는 15일 오전 11시 40분쯤 영국인 고든 풀(Gordon Michael Poole)씨(82)가 찾아와 "일주일 전 아내가 실종됐다"며 "생사를 알고 싶다"고 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아내 이름 이외에 모든 정보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풀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 환자일 것으로 추정하고 실종 프로파일링 프로그램에 인적 사항을 확인했다.
↑ 15일 분당 서현지구대에 "아내가 실종됐다"며 찾아온 영국인 고든 풀씨(82)와 풀씨가 아내에게 써놓은 편지/사진=경기경찰
경찰은 풀씨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김씨가 지난달 장례절차를 치른 것을 확인했다.
아파트 내부에서는 풀씨가 기억이 잠시 돌아왔을 때 써 둔 편지가 발견됐다. 편지에는 "나는 아내 없이 살 수 없다. 그녀는 이 세상 최고의 아내이자 사람이었다. 그녀를 만나러 천국에 갈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풀씨는 기억을 잃을 때에 대비해 안방 화장대 거울에 이 편지를 붙여놓고 아내 김씨가 죽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상기시키고 있었다. 이는 2004년 정우성과 손예진이 출연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비슷하다.
경찰조사 결과 해외에서 교사를 하던 풀씨는 "은퇴후 아내와 싱가포르, 홍콩, 미국 등 세계여행을 하다 4~5년 전 아내의 나라 한국에 정착했다"고 진술했다.
풀씨는 처음에는 "자녀가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자녀 한 명이 미국에 살고있다"고 진술을 번복했지만 풀씨가 외국인이고 진술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 사실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못했다.
김씨의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를 통해 몇몇 지인들 외에 김씨 유골을 관리해 줄 만한 친인척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의 유골은 영생관리사업소에 보관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알츠하이머 걸린 외국인이 혼자 사는 것이 염려되어 지자체 사회복지과에 문의해봤으나 외국인 등의 이유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경찰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풀씨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 외에 별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구예훈 기자 goog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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