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5.09.10
서울의 한 대학교수로 은퇴한 80대 역사학자가 “70년 전 내지 못한 여관비를 이제서야 갚는다”며 현금 50만원을 경북의 한 면사무소에 보내왔다. 그는 현금과 함께 동봉한 편지에 “한평생 마음이 무거웠다”고 썼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연은 지난달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송군 진보면사무소에 한 통의 등기우편이 도착했다. 우편에는 편지 한 장과 함께 현금 50만원이 들어있었다. 편지는 경북 영양 출신인 80대 역사학자가 보낸 것이었다. 그는 서울 유학을 떠나 학업을 이어가던 1945년 9월 진보면을 찾았다. 고향인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주실마을로 향하던 중 잠시 들른 것이다. 한 여관에 숙박한 이 학자는 다음날 여관비가 없어 주인 모르게 도망쳤다고 한다.
권영상 진보면장은 "과거의 잘못을 기억해 사과하고 진보면 숙박업소를 위해 써달라며 돈을 보내온 것"며 "50만원을 보낸 것은 서울 유명호텔 하루 숙박료가 50만원이기 때문이라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진보면은 이 학자가 보낸 50만원으로 가로 65㎝, 세로 1m 크기의 사각거울 6개를 제작해 진보면에 있는 여관 6곳에 내걸었다. 거울엔 ‘양심거울’이란 글자가 새겨졌다. 진보면은 당시 이 학자가 묵었던 여관을 수소문했지만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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