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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북한…추석 풍경은

바람아님 2015. 9. 27. 07:20

뉴시스 2015-09-26 

분단 이전까지 하나의 나라였던 북한도 추석을 쇤다. 추석의 풍경도 남한과 크게 차이는 없다. 그러나 분단의 역사가 있었던 만큼 사회주의에 따라 달라진 풍경 또한 있다.

북한 사람들은 추석에 성묘를 가거나 제사를 지낸다. 남한의 차례인데 사회주의 영향을 받아 '차례'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다는 것이 탈북자의 설명이다. 남한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상차림은 다소 다르다.

송편을 먹는 것 역시 비슷하지만 안에 들어가는 재료나 크기 등에서 차이가 있다.

◇북한의 명절은 크게 두 가지…'국가·민속'

북한의 명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국가명절(사회주의 명절)'과 민속명절이 그것이다.

국가명절은 김일성(4월15일)·김정일(2월16일) 생일과 정권창건일(9월9일),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 인민군 창건일(4월25일),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7월27일), 해방기념일(8월15일), 헌법절(12월27일), 국제노동자절(5월1일) 등 국가사회적으로 기념한만한 일이 있는 날이다.

민속명절은 음력설(음력 1월1일), 정월대보름(음력 1월15일), 추석(음력 8월15일), 단오(음력 5월5일)이다. 민속명절은 남한과 같은 날짜에 쇠는 셈이다.

남한에서는 설이나 추석을 최대 명절이라고 하지만,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생일이 최대의 명절이다.

북한이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봉건유습 타파와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외치면서 조상숭배, 민간풍속을 봉건적 잔재로 취급한 영향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추석은 그대로 유지시켜 최소 하루를 쉬도록 했다. 국가 공휴일은 아니었지만 가족끼리 모여 음식을 나눠먹고 성묘를 갈 수 있도록 했다.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북한은 1988년부터 추석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한데 이어 1989년에는 음력설을 민속명절로 지정했다. 2003년부터는 음력설을 기본명절로 하고 정월대보름도 휴무일로 인정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의 정은미 선임연구원은 "1980년대 들어 북한의 문화정책이 민족 문화에 대한 것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그러면서 추석, 설, 단오를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고 쉬면서 명절을 즐기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북한군 출신으로 1996년 탈북한 김성민(53) 북한자유방송 대표는 "국가에서 금지시킨 것은 아니었다. 집에서 제사를 지내거나 성묘를 갔다"며 "1980년대 들어서는 추석을 공식적으로 쇠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부분 하루를 쉬도록 했고, 2~3일을 쉬게 되면 '장군님의 배려'라고 홍보한다"고 했다.


◇'차례'라는 말 없지만…성묘 어려운 탓에 집에서 제사 지내기도


북한에도 조상의 묘를 찾는 성묘 풍습이 남아있기는 하다. 하지만 교통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탓에 쉬운 일이 아니다.

김 대표는 "못 가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다. 대대로 살던 지역에서 살면 공동묘지가 가까이에 있어 가기가 쉬울 수 있지만 대부분 공동묘지가 외곽에 있어 성묘가 힘든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김 대표는 "추석 때 평소의 2~3배 정도 버스를 특별배치한다. 물론 사람이 많아 2, 3번 버스를 놓친다. 그래도 가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준비해서 기다려서라도 간다"며 "대부분 돌아가시고 나서 3년째까지는 꼬박꼬박 성묘를 간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성묘를 가기 힘드니 집에서 차례 비슷한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아마 북한 사전에 '차례'라는 말이 없을 것 같다. 그런 말을 쓰지 않고 제사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성묘나 제사를 지낼 때도 남한과 차이점이 있다.

김 대표는 "남한은 두 번 절을 하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북한은 절을 세 번 한다. 차례를 남자들만 지내는 것이 전통적인 풍습인 남한과 달리 북한은 딸, 손녀도 함께 절을 한다"고 전했다.

요덕 정치범수용소 출신으로 1992년 탈북한 강철환(47)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제사를 자제하도록 하는 분위기여서 전통 제사 문화가 무너진 상태다. 풍습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간소화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성묘를 가기 전에 김일성 동상이나 혁명·애국열사 묘지를 먼저 찾는다는 말도 있지만 김 대표와 강 대표는 "그렇지는 않다"고 잘라말했다.

김 대표는 "국가명절에 찾아가지만 추석에는 가지 않는다. 국가 간부들은 참배하지만 개인이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고, 강 대표도 "김일성 생일에나 그렇게 한다"고 강조했다.


◇상차림·송편 모양 조금씩 달라


식량난과 풍습이 간소화된 영향으로 추석에 차례 또는 제사를 지내는 북한과 남한의 상차림에는 차이가 있다.

김 대표는 "방법에 큰 차이는 없지만 마련하지 못해 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형편이 어려우니 미리미리 조금씩 준비해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생과일이나 마른 과일, 생선이나 마른 물고기, 술, 밥 등을 올린다"며 "내가 북한에 있을 때에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마른 명태를 오래 전에 준비해 보관하고 있다가 상에 올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관계자는 "북한 추석 음식 중에 특별히 남한과 다른 것은 없지만 송편의 모양이나 내용물에 차이가 있다"며 "송편 소로 가장 많이 쓰는 것은 강낭콩 같은 줄기콩이다. 북한에서 많이 난다. 야채를 볶아넣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송편의 크기도 차이가 있다. 남한 송편의 2~3배 크기로 빚는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식량난이 있어 대단한 음식을 해먹기는 힘들고, 콩을 넣은 떡을 해서 나눠먹거나 이북식 순대를 해먹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