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은 2012년 미 의회조사국(CRS)에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역사를 자국사에 편입하려는 프로젝트)을 인정하는 내용의 자료를 보냈다. <본지 10월 5일자 10면>
중국 한무제가 기원전 108년 한반도를 ‘식민통치’하기 위해 뒀다는 한사군(漢四郡·한군현)이 북한 지역 대부분을 차지한 것처럼 보이는 지도를 CRS에 제출했고, 고조선의 영토를 축소 표기했다.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조정식 의원 등은 특히 한사군에 대한 표기 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김호섭 이사장은 “(학계에 한사군이 한반도 북부를 차지했다는) 통일된 견해는 없는 것으로 안다”거나 “여러 역사학계의 논쟁을 기반으로 문제점이 있으면 수정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감이 끝난 뒤엔 딴판이었다. 해명자료에서 재단은 “여기(미 의회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철저히 우리 학계의 공인된 이해를 토대로 했다”고 주장했다. “한군현 설치 지역은 한반도 북부와 만주 일부라는 것이 우리 학계의 이해”라고도 했다. 한국사 교과서에도 빠져 있는 한사군이 한반도의 절반을 지배한 것처럼 표기한 지도가 역사학계의 공인된 학설이라는 게 재단의 주장이다. 기관장조차 “학계에 통일된 견해가 없다”고 했는데 기관은 딴소리를 하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는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한사군의 존재를 백번 양보해 인정하더라도 중국의 고대 사료조차 한사군의 위치는 일관되게 ‘한반도’가 아닌 ‘중국 동북부’였다고 서술하고 있다. 한나라 시대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 역시 마찬가지다.
재단의 검토 의견이 그대로 실린 미 의회 보고서는 중국이 한반도 통일 시에 지닐 영향력을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반도 유사시 중국이 역사적 근거를 들이대며 북한 일부 지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것을 우려해 만든 것인 만큼 재단이 보낸 지도는 한국의 이해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일 의원이 국감에서 “사실에 기초하면서 우리의 자긍심을 충분히 반영하는 내용이 들어갔어야 한다”고 지적한 이유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 탄생한 기관이 바로 동북아역사재단이다. 그런 기관에서 존재의 의미를 의심케 하는 궤변을 되풀이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유지혜 정치국제부문 기자
'時事論壇 > 時流談論'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보식 칼럼] 담뱃세에 대한 정당한 대접 (0) | 2015.10.09 |
---|---|
[세상읽기] 박근혜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에 거는 기대 (0) | 2015.10.09 |
“한반도에 한사군” 왜곡된 고대사 자료 미 의회에 보냈다 (0) | 2015.10.06 |
[아침을 열며] 대학구조개혁 정책 재검토하라 (0) | 2015.10.05 |
[사설] 훈장 받은 지 27일 만에 구속된 교육 관료 (0) | 2015.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