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지방의 가뭄은 기상이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올해는 더 심해져 지난 여름에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은 게 직접적 원인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의 70% 가량이 여름에 내리는데 올해는 평년의 절반 정도 밖에 오지 않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누적 강수량은 평년(30년 평균치)의 62% 수준이다. 서울ㆍ경기는 42%, 강원ㆍ충북은 52%, 충남은 49%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대청댐(36.9%) 소양댐(44.6%) 충주댐(41.7%) 등 주요 댐 저수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한급수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보령댐은 저수율이 22.3%에 불과하다. 기상청은 가뭄이 내년 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한급수 지역이 확대되고 공단용수 부족으로 산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내년 봄 농사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3월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서 밝힌 대로 가뭄이 빈번해지고 그 정도도 갈수록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뭄 극복과 만성적 물 부족 해소를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장기적 관점에서 수자원의 관리 및 효율적 배분을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 및 시행을 위해 여러 부처로 나뉜 물 관리 기능의 통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총리실에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물 관리 협의회’가 설치됐지만 협의회 체제로는 책임 있는 대책 수립과 시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연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만큼의 수자원을 개발한다는 대원칙 아래 소규모 댐이나 저수지 건설 등의 타당성도 검토할 때가 됐다. 4대강 사업 논란과는 별도로 그 결과로서 16개 보(洑)로 확보한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 방안도 확립해야 한다.
당장의 가뭄 피해와 관련, 정부는 어제 ‘물 관리 협의회’ 1차 회의를 열어 중부지역 가뭄 대책을 논의했다. 아직은 지하수 활용과 절수운동 등이 주된 방안이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의 마련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민도 고통을 분담할 각오를 미리 해 두어야 한다.
[지평선] "2015년 大가뭄" 경고
한국일보 2015-10-11▦7년 전 당시 전문가들은 ‘2015년 대(大)가뭄’을 경고했다. 변희룡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가뭄전문가 워크숍에서 “한반도에선 6년, 12년, 38년, 124년 주기로 가뭄이 나타났다. 2015년쯤 이들 주기가 겹치면서 대가뭄이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도 강수량 예측결과를 근거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한반도에 커다란 가뭄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장기적 대비책을 세우겠다고 했으나 단기적 조치조차 실천하지 않았다.
▦올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가을가뭄이 심각하다. 특히 충남지역은 이미 제한급수를 시작했다. 내년 장마철까지는 해갈이 가능한 강수(降水)를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올해는 시작일 뿐, 내년부터 더욱 심각한 가뭄이 향후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다. ‘침묵의 재앙’ 가뭄은 예로부터 국란(國亂)으로 여겨 대응해 왔다. 홍수로 나라가 무너진 예는 드물어도, 가뭄 때문에 국가가 쇠망한 경우는 적지 않다. 비 좀 내리면 해결되겠지 하며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일이 아니다.
▦가뭄이라는 게 홍수와는 달리 뚜렷한 대책이 별로 없다. 있는 물을 필요한 장소와 시기에 맞춰 돌려쓰는 방법이 최선이다. 올 봄 가뭄이 심각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정원과 잔디밭 물주기 제한, 강과 수로에서 물 끌어가기 금지, 지자체 급수량 25% 감소 등을 발표했다. 엄청난 벌금을 매기고 수도요금을 2배로 물렸다. 주지사의 호소에 주민들이 적극 호응했다고 한다. 한반도의 가을가뭄이 더욱 깊어질 모양이다. 정부가 심각성을 깨닫고 단기적 용수(用水)대책은 물론 장기적 통합관리 등을 궁리해야 한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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