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들에게 결혼은 빚
전세 대출한도 늘리기보다
아이낳아도 직장다니기쉽고
주거비용 걱정 덜어줘야
결혼은 안 한 친구들이 결혼을 한 친구에게 꼭 묻는 게 있습니다. “결혼하면 어때? 좋아?”
그러면 결혼한 친구는 대부분 이렇게 답합니다. “결혼하지 마”
자기는 결혼했으면서 다른 사람한테는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던 친구도 막상 결혼을 하면 다른 친구에게 같은 말을 합니다.
농담 반 진담 반이겠지만 이같은 대답에는 슬픈 현실이 깔려 있습니다.
![[사진=헤럴드경제DB]](http://t1.daumcdn.net/news/201510/23/ned/20151023110504695lgqx.jpg)
우리 사회에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며 살아간다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요즘 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평범한 ‘흙수저’들에게 결혼은 곧 ‘빚’을 의미합니다. 신혼집을 구하려면 다달이 이자를 내고 전세대출을 받거나 월세를 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매달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은 집 때문에 빠져나갑니다.
외벌이로는 집값만 해결하기도 버겁기 때문에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한 지인은 “함께 빚을 갚아줄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씁쓸하게 말하더군요.
어찌어찌 결혼을 했다 쳐도 출산은 또다른 문제입니다. 출산과 육아에는 결혼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들어갑니다. 희생과 책임이 평생 뒤따르기도 하고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이는 자기 먹을 것을 갖고 태어난다”는 말을 하며 출산을 독려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도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먹이고 입히는 것만 해도 돈이 많이 들고, 밖에서 배워 오라고 학교에서도 안 가르쳐주는 걸 내 아이만 안 가르치기도 어렵습니다.
아이를 키우려면 직장을 더 열심히 다녀야 하는데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육아휴직이 안 되는 직장도 많고, 보육기관을 이용하는 것도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합니다. 아이를 봐줄 부모님이 계시거나 월급을 고스란히 베이비시터에게 바쳐야 직장에 다닐 수 있습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를 넘어 내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5포 세대’, 꿈과 희망도 접은 ‘7포 세대’까지 생겨났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직장인 심모(31) 씨는 “결혼해서 힘들게 사는 것보다 혼자 편하게 사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결혼은 별로 생각이 없고 하기도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으나 인연이 생겨 결혼을 하게 됐고 계획과 달리 출산까지 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대출의 노예’가 됐습니다.
거액의 대출을 받으면서 ‘앞으로 10년, 20년은 노예로 살겠구나’ 생각하니 갑갑해졌습니다. 금수저 부모가 아니라서 아이에게 많은 걸 못해주다보니 미안한 마음도 들고, 아이가 자라서 저처럼 흙수저의 힘든 삶을 살게 될까 걱정도 됩니다.
지난 19일 정부가 ‘제3차(2016~2020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미팅을 주선해 결혼을 장려하고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높여 주거 문제를 해결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1ㆍ2차 계획과 달라진 내용이 없고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빚을 늘려서 집을 구하라고 하기보단 집값을 낮추고, 결혼을 장려하기 전에 결혼을 해도 피해를 보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게 우선이 아닐까요. 아이를 낳아도 직장을 다닐 수 있고, 육아가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라면 출산율은 높아질 수 있을 겁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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