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오후여담>수문장 교대식

바람아님 2015. 12. 12. 00:50
문화일보 2015-12-10

박현수 / 조사팀장

최근 서울 신촌 문화의 거리에서 영국 런던에 가야 볼 수 있는 버킹엄궁전 근위병 군악대 공연이 펼쳐졌다. 주한 영국대사관이 한국과의 교류 강화를 위해 처음으로 기획한 행사였다. 군악대와 함께 영국을 상징하는 것이 버킹엄궁 근위병 교대식이다. 1837년 빅토리아 여왕 즉위 이래 200년 가까이 이어오며 영국을 방문하는 세계 여행객들의 필수 관광명소가 됐다. 근위병 교대식은 오전 11시 30분에 시작하지만 가까이서 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연평균 300만 명에 이른다.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紫禁城)과 일본 도쿄의 고쿄(皇居)도 근위병 교대식이 있긴 하지만 영국과 같은 규모의 교대의식은 치르지 않고 있다.

덕수궁 대한문 앞 왕궁 수문장 교대식이 20년째를 맞았다. 지난 1996년 시작된 이래 2000만 명이 넘는 내·외국인 관광객이 다녀갔다. 교대식에 참여하는 이들은 시작 당시에는 서울시 공익근무요원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행사 직원들이 맡고 있고, 단역 배우도 섞여 있다. 행진 때와 식 중 군악을 연주하는 취타대는 국악 전공자들로 구성돼 있다.


오전 11시, 오후 2시, 3시30분 하루 세 번 열리는 수문장 교대식이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는 24일 특별이벤트로 꾸며진다. 행사 요원들이 평소 복장 대신 산타 복장으로 진행한다. 또 공모를 통해 선발된 시민들이 수문장이 되어 교대식 체험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서울시는 수문장 교대식을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관광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그간 ‘정오의 국악 공연’ ‘전통무예 시범’ 등 다양한 부대행사까지 마련하며 공을 들여왔다. 특히 1884년 영국대사관이 들어서면서 130여 년간 끊겼던 덕수궁 돌담길 단절구간이 새해에 연결되면 새로 조성될 돌담길 보행로 주변에 영국 근위병과 수문장을 배치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내세우기엔 2% 부족하다. 홍보 부족 탓도 있지만 수시로 덕수궁 앞 시위대로 인해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서울을 찾은 요우커들이 볼거리가 없다며 발길을 일본으로 돌리고 있다. 그들이 다시 한국을 찾도록 할 필요가 있다. 덕수궁 왕궁 수문장 교대식이 버킹엄궁 근위병 교대식 못지않은 내·외국인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