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안철수 의원 탈당

바람아님 2015. 12. 15. 09:27

[류근일 칼럼] 낡은 진보 청산해야 한다

(출처-조선일보 2015.12.15 류근일 언론인)

새정치聯 떠난 안철수 의원 "낡은 진보 청산해야" 주장
만시지탄은 있으나 이제야 뭘 좀 깨친 것 같은 표현
보편적 상식·정서에 맞는 중도 개혁 야당 새로 짜야

류근일 언론인2015년의 세밑은 '문재인-친노(親盧)-한상균-민노총-486운동권' 증후군으로 몸살을 앓았다. 
경직된 이념과 노선이 초래한 정치·사회적 열병이었다. 
미국의 자유사상가 로버트 노직이 증상을 이렇게 진단했다. 
"세상 사람들을 친구 아니면 적(敵)으로 양분한다. 적은 절대악(絶對惡)이다. 
적은 끊임없이 음모를 꾸민다. 적과 타협은 있을 수 없다. 극단적으로 싸워야 한다. 
점진적 진화 아닌 즉각적 실현을 추구한다. 항상 떼거리로 움직인다." 
그러면서 로버트 노직은 이런 성향을 '고집불통(bigotry)' '지적(知的) 빈곤' 두 마디로 요약했다.

사회운동과 이념 운동에는 늘 이런 독선, 독단, 편향, 지나침, 외곬, 교조주의, 소아병적 과격주의라는 게 따라붙는다. 
우리도 1980년대부터 이런 경향이 반(反)권위주의 운동에 편승해 '계급 혁명'과 '민족 해방'을 호언해 왔다. 
요즘도 걸핏하면 도지는 '광장의 과격성'은 그 끝물이 일으키는 자해(自害)의 발작이다. 
자기들은 그걸 '민중 총궐기'니 뭐니 떠들지만, 실은 동원된 떼거리에 불과하다. 
웬 동원된 숫자가 저리 많으냐고 놀랄 것 없다. 
한 30년 줄기차게 선동하고 조직하다 보면 그만한 숫자는 너끈히 채우고도 남는다.

문제는 이 동원된 군중의 머릿수가 아니라 전업(專業) '운동꾼'들이 각 분야에 들어가 단단한 진지(陣地)를 구축하고 있는 
현실이다. '486 진지'가 그것이다. 이들은 야당의 당권도 거머쥐었고, 노동운동의 고삐도 휘어잡았다. 
통진당 해산으로 그들 중 가장 독한 분자들은 걷어냈다. 그러나 그들과 더불어 '선거 연대'와 '정책 연대'를 하자던 
당사자들은 여전히 야당가(街)와 운동권의 큰손으로 건재하다. 
오늘의 야권과 노동계가 저토록 어지러이 돌아가는 건 다 그들의 노림수 탓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갸우뚱할 것이다. 
"야당이 단결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왜 저렇게 싸울까?" 
"한상균 쪽이 왜 진작 평화 시위를 하지 않고 쇠파이프를 휘둘러 민심을 잃었을까?" 
그러나 거기엔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있다. 
야당과 노동계를 로버트 노직이 말한 경직된 부류가 장악해버렸기 때문이다. 
한상균이 민선(民選) 정부와 시장경제를 '파쇼 독재' '자본 독재' '노예의 삶'이라고 부른 것부터가 '멘털 경직'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소리다. 
그런데 어쩌자고 폭력 난동에 대한 문재인 제1 야당 대표의 첫 반응은 
한상균의 막가는 행패를 제쳐둔 채 공권력의 물대포만 시비한 것이었다. 
국회에선 막무가내로 노동 개혁법, 기업 활성화법, 서비스 산업법, 북한 인권법을 외면했다. 
문재인-친노(親盧) 역시 똑같은 '멘털 경직'이란 뜻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친노 패권주의, 이런 '철밥통' 노조, 이런 꽉 막힌 운동권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 물음에 그제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난 안철수 의원"낡은 진보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안철수 스타일'에 대해선 "늘 간만 보고 다닌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박원순-문재인-친노(親盧)-486운동권 앞에선 그는 너무나 어설펐고 순진했다. 
그에겐 콘텐츠가 없다는 평도 있다. 
그러나 '낡은 진보'로는 안 된다고 한 그 부분만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은 있으나 이제야 뭘 좀 깨친 것 같은 표현이었다.

오늘의 야권과 과격파 쪽에서 부는 흙바람은 결국 그들의 세계관-역사관-정치경제학의 '낡은 틀' 때문이다. 
"야당을 어찌할 것인가?" 
"노동계를 어찌할 것인가?" 
"진보를 어찌할 것인가?"는 
따라서, 그들의 '낡은 진보'를 대치할 '합리적 진보' 그래서 보편적 상식과 정서에 맞는 야당을 새로 짜는 것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봐온 바로는 '낡은 진보'와는 쌍방향 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이 안철수, 김한길, 조경태, 황주홍, 유성엽, 박준영의 말을 귓등으로라도 들을 것 같은가? 어림도 없다. 
그들 '낡은 진보'는 '합리적 진보'를 개량주의라고 매도하던 극렬파였다. 
시대가 바뀌었어도 그들의 생각은 지엽적으로는 좀 달라졌을지 몰라도 근본적으로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합리적  진보'란 그러면 어떤 것일까? 주간 이코노미스트 2012년 10월 13일 자는 이렇게 썼다. 
'성장을 해치지 않으면서 불평등에 대처할 새로운 중도(centrist) 정치가 필요하다.' 
제목은 '참된 진보(True Progressivism)'였다. 우리로 치면 '튼튼한 안보와 함께'를 곁들이면 더 좋을 것이다
응답하라, 새로 나와야 할 중도 개혁 야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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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純血로는 잡종을 이길 수 없다

(출처-조선일보 2015.12.15 배성규 논설위원)

배성규 논설위원여야 정당의 70년 변천사를 보면 재미난 특징이 있다. 
현 여당이 야당 세력을 끌어들여 합친 사례는 있지만 야권으로 떨어져 나간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야당은 내부에서 모이고 깨져 나가는 분파가 셀 수 없이 많다. 
불과 1~2년 새 3~4차례 분당·합당이 반복되기도 한다.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함으로써 또 하나의 기록이 추가됐다.

안 의원 탈당은 야당사(史)에서 흔하디흔한 정파 간 이합집산의 한 갈래일 뿐일 수 있다. 
그의 탈당이 얼마나 파급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친노(親盧)·주류들이 말하는 대로 호남 일부의 미풍(微風)에 그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문재인 대표는 그동안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비주류를 잠재우고 친위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낡은 진보 청산'이라는 구호로 이질적인 '새누리당식(式) 프레임'을 펴던 안 의원을 잘라냄으로써 친노·운동권 중심의 
이념적 순혈주의(純血主義)를 지킬 수도 있다. 총선에서 안철수 세력을 밀어내고 제1 야당의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

다만 그것으로 끝이다. 
2012년 안 의원과 후보 단일화하기 이전의 민주통합당, 호남 등 일부가 떨어져 나갔던 2007년의 열린우리당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피하기 힘들다. 
집권을 향한 이념적 진화와 인적(人的) 확장은 물거품이 되고, 친노·운동권·시민단체 출신 일색인 순혈 강경투쟁당으로 
가는 것이다.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현 야권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이념적 순혈주의를 버렸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 DJ 플랜'으로 새 정책 노선을 채택하고 김종필 전 총리와도 손잡았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은 노선도 지역도 다른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만들어 대성공을 거뒀다. 
순혈(homo)을 포기하고 이질적 세력을 과감하게 수용해 접목하는 잡종(hetero) 전략이 먹힌 것이다.

현 여당이 상대적으로 오래 집권할 수 있었던 것도 일찌감치 순혈주의 대신 다양한 생각·경력을 가진 세력을 끌어들이고 
진보적 경제·복지 정책까지 수용했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화 세력부터 민주화 세력, 전문가 그룹이 함께 공존하며 경쟁했다. 
전직 대통령 사진을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관행도 사라진 지 오래다.

유전학적으로 잡종은 순종에 비해 환경 변화와 질병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다. 
로마 제국은 이민족을 적극 포용하는 정책으로 1000년 넘게 번영을 누렸다. 
로마 황제의 절반가량은 로마가 아닌 속주(屬州)나 이민족 출신이었다. 
오현제(五賢帝) 중 한 명으로 태평성대를 이끈 트라야누스 황제도 속주 출신이다.

그런데 야당은 안철수라는 이질적 존재 한 명도 포용하지 못해 제 발로 나가도록 밀어내 버렸다. 
안 의원의 '새 정치'는 그리 대단한 것도, 새로운 것도 아니었다. 
출신·이념이 같은 사람끼리만  뭉치고 다른 사람은 배척하는 이념 정당, 생각이 조금만 다르면 무조건 싸우려고 드는 
투쟁 정당에 어떤 인재가 들어가려 할지 모르겠다. 
문 대표가 영입 대상으로 언급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조차도 이 당에 들어오면 6개월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이대로 가면 집권은 고사하고 내년 총선에서 '잡종 새누리당'에 대적하기도 버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