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科學과 未來,環境

[사이언스리뷰] 사물인터넷과 정보공유

바람아님 2015. 12. 17. 00:18
세계일보 2015-12-16

요즘 사물인터넷(Io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물인터넷은 간단히 말해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을 인터넷처럼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서로 정보를 주고받도록 하는 기술이다. 사물과 사물의 의사소통, 사람과 사물의 의사소통을 통한 공유를 지향하는 것이다. 기존 인터넷이 컴퓨터 내의 디지털 사이버공간에서 작동한다면, 사물인터넷은 실제의 물리공간에서 구현된 일종의 아날로그 인터넷인 셈이다. 두 공간의 네트워크는 사실상 기술적으로 연결가능하기에 사물인터넷은 결국 사이버공간과 물리공간을 연결하여 인간의 모든 삶의 공간을 통합 네트워크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왜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려 하는가. 그것은 인터넷 연결을 통해 사물을 지능화하여 그 가치를 증대시키고, 인간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작동하도록 자동화하며, 사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수집·공유하고 이를 분석·융합하여 이전엔 불가능했던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함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를 구현할 수 있는가. 이를 위해 주변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각종 감각 센서나 상황인지 칩, 그리고 이 정보를 보내거나 받기 위한 송수신 장치를 각 사물에 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인터넷처럼 사물을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하고 개개 사물에 고유한 아이피 주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이렇게 생성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 처리하기 위한 지능형 플랫폼 기술, 클라우드 기술, 빅데이터 기술 등이 필요하다. 실제로 정보통신 분야의 대표적인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의 분석에 따르면, 이렇게 상호 연결된 사물인터넷 기기가 2015년에 64억개인데 2020년에는 208억개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중원 서울시립대 교수·과학철학


사물인터넷 기술은 이미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이나 사회의 공공 문제 해결, 나아가 산업 경쟁력의 강화를 위해 우리의 생활 곳곳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일례를 들어 보면 최근 개발되고 있는 수많은 웨어러블 기기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 워치의 경우, 개인의 체온이나 심장 박동수 또는 보행수를 측정하는 장치 등을 심어 지능화하고 인터넷을 통해 사람과 대화토록 함으로써 개인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사회의 대표적인 공공 문제인 교통문제와 관련하여 가령, 다양한 센서와 카메라 등으로 고속도로를 지능화함으로써 차량의 통행 소요시간, 교통사고, 대기오염 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한편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유용한데, 건설회사의 경우 건설 현장 노동자가 착용하는 장갑, 작업모, 신발, 안경 등에 각종 센서를 부착하여 지능화함으로써 건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분석·예측하여 위험요소를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 여기에는 각종 사물로부터 수집된 수많은 정보의 공유가 전제돼 있다.
 

이런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사물인터넷 기술에는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정보 자체가 보안성이 취약하다는 점과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사물의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로 인해 침투 경로가 다양하고 어디서 어떻게 해킹을 당했는지를 확인하기조차 쉽지 않아 보안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장착한 수많은 사물이 네트워크상에서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나도 모르게 언제 어디서 내 개인 정보가 수집되어 공유됨으로써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소지가 다분히 높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공유 개념이 역으로 감시의 확산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물인터넷 기술이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혁신적인 기술임은 분명하다. 개인의 삶의 양식은 물론 생산 및 노동시장의 구조 그리고 산업 구조를 공유에 기반하여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사회이기에 실용적 유용성을 넘어서서 보다 근본적인 사회변화에 대해서도 이제 깊이 고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중원 서울시립대 교수·과학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