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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원숭이가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 하네~

바람아님 2016. 1. 2. 00:34
머니투데이 2016-1-1

['병신년'~원숭이가 주인공인 고사성어 5선…'견원지간·조삼모사·착월선후·심원의마·원후취월']

누구나 의도치 않게 한 번쯤은 동음이의어를 떠올렸을 내년, '병신년(丙申年)'은 육십 간지 중 33번째 해를 의미한다. '병'은 붉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원숭이라는 의미의 '신'과 만나 내년은 '빨간 원숭이의 해'가 된다.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닮은 동물이기도 하다. 중국의 '서유기'를 통해서 만나볼 수 있듯, 영리하고 재치가 넘친다는 것이 특징. 다만 활기가 넘치는 탓에 역사 속에서 오래도록 번잡하고 산만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내년은 특히나 더 정열적이고 도전적인 원숭이가 찾아오는 만큼, 원숭이와 관련된 고사성어를 정리해봤다.견원지간(犬猿之間)은 개와 원숭이의 사이처럼, 매우 사이가 나쁜 관계를 말하는 사자성어다. 유래에 대해서는 많은 속설이 있으나 서유기에서 왔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시국이 어지럽던 시절, 하늘나라에서 손오공을 잠재우기 위해 긴급대책회의를 연 결과 무술 실력이 천하제일이라는 '이랑진군'이 뽑혀 지상으로 파견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을 나흘 앞둔 지난 2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새끼 오랑우탄이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2016년 병신년(丙申年)을 나흘 앞둔 지난 2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새끼 오랑우탄이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손오공과 이랑진군은 막상막하의 혈투를 벌였다. 둘의 싸움을 구경하던 다른 원숭이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때, 갑자기 이랑진군이 개떼를 풀어 원숭이들을 공격했다. 원숭이들은 혼비백산해 도망갔고 손호공마저 낙심한 채 참새로 변신해 나무 위로 숨는다. 이랑진군은 손오공을 쫓기 위해 매로 변해 공격했고, 이날 이후로 개와 원숭이는 서로 만나기만 하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게 됐다는 이야기다.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라는 뜻으로 당장의 차이에 신경 쓰지만, 결과는 매한가지라는 의미다. 중국 송나라에 원숭이 애호가인 저공이라는 인물이 살았는데, 원숭이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원숭이 먹이인 도토리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에 저공은 원숭이들을 모아 놓고 “이제부터는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주겠다.”고 말한다. 원숭이들은 줄어든 도토리의 양에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자 저공은 한숨을 쉬며 “그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 라고 선심 쓰듯 말했다. 원숭이들은 좋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눈앞의 차별만을 알고 그 결과가 같음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흔히 쓰는 말이다.


착월선후(捉月獮猴)는 어리석은 원숭이가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고 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무모하고 무지한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컬을 때 사용한다. 500마리의 원숭이들이 사는 나무 밑에 우물이 하나 있는데, 우물 속에 달이 비쳤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나뭇가지를 잡고 손과 꼬리를 서로 연결하여 우물로 들어가 달을 잡으려다가 나뭇가지가 부러져 한꺼번에 죽고 말았다는 내용이다.


마상봉후(馬上封侯)는 말 위에 올라탄 원숭이 모양의 도자기라는 의미로, 중국에서 승진과 영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주고받던 귀한 선물이다. 말의 등이나 머리 위에 원숭이가 올라탄 형태의 그림을 도자기 위에 그리거나, 조각해서 굽는다. 원숭이는 영장류인 만큼 동물 가운데 인간과 가장 그 형태가 유사한 만큼, 도움을 받아 승승장구하기를 바란다는 뜻이 담겼다.


심원의마(心猿意馬)는 마음은 원숭이 같고 생각은 말과 같다는 뜻으로,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생각을 집중할 수 없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중국 당나라의 석두대사는 "마음의 원숭이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생각의 말은 사방으로 달리며, 신기는 밖으로 어지럽게 흩어진다"라는 말로 이 단어의 의미를 전한 바 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의 마음을 원숭이의 평소 태도에 빗댄 표현이다


김유진 기자 yoo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