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뜨자.. 지휘봉 잡는 정부

조선비즈 2016.03.15. 03:10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정부가 뒤늦게 인공지능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AI 관련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면서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오는 17일쯤에는 AI 관련 기업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박근혜 대통령과 간담회를 갖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정부와 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AI 개발을 위한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하고, 삼성전자·LG전자·SK·현대자동차·네이버 등 기업들에 연구소에 참여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미래부 내에 '인공지능 전담팀'까지 설립했다. 최동원 인공지능 전담팀장은 "기업이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연구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통신 업체 등 인공지능에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가진 기업들도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AI 연구소 설립은 올해 미래창조과학부 업무 계획에 들어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관련 학계와 업계는 "정부가 알파고 열풍에 편승해 '뒷북'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AI처럼 발전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분야를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IBM의 인공지능 수퍼컴퓨터 '왓슨' 개발에 참여했던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육성하겠다고 예산을 투입한 빅데이터, 3D프린터, 드론 등이 육성이 됐느냐"면서 "인공지능과 같은 분야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하는 것보다는 민간 기업 차원의 자생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기업 관계자도 "그동안 각사가 필요한 AI 연구를 해왔는데 갑자기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을 동원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대통령과 간담회까지 하면 결국엔 기업들이 AI 연구소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