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6.04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산업디자인)
"이 건물이 완공되면 많은 세금을 내므로 시 재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11년 6월 스티브 잡스 회장은 새 애플 사옥의 건축 허가를 받고자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시의회에 출석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췌장암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도 잡스가 직접 나선 것은 시의원들이 건물 신축에 호의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잡스는 신축 예정 부지 일부가 자신이 어릴 적부터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휼렛패커드의 컴퓨터 사업부가 있던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12세 소년 잡스는 주파수 측정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을 구하려고 일면식도 없던 빌 휼렛 사장에게 직접
전화해 지원을 받았으며, 그 인연으로 여름방학 동안 그 회사의 조립 라인에서 일했던 사연을 한 인터뷰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기존 애플 사옥 규모가 작아 인근 건물들을 빌리는 실정인지라 150에이커(약 7만평)에 1만3000여 명을 수용할
친환경적 건물을 짓겠다는 잡스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었다.
영국 '노먼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가 지속 가능성을 앞세워 디자인한 새 사옥은 곡면 유리 3000여 장으로 마감해
거대한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독창적 형태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100% 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고 지하 주차장에는 전기 충전소를 300곳 설치하도록 했다.
건물 주변은 수목 7000여 그루의 울창한 공원이 될 것이라는 잡스의 설명에 시의원들은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잡스는 원래 애플의 창업 40주년인 올해 4월에 새 사옥을 개관하려고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다소 지연되어 올해 말 준공 예정이다.
애초부터 건물주가 아니라 디자인팀 일원으로 사옥 디자인에 적극 참여했지만,
이미 고인이 된 잡스는 여전히 애플은 물론 전 세계의 애호가들에게 훌륭한 디자인 자산을 남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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