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6.25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산업디자인)
화사한 색상의 플라스틱 도마와 식칼 세트가 주부를 사로잡는다.
식자재에 따라 빨간색(육류), 파란색(생선), 초록색(야채), 흰색(익힌 것) 중에서 쉽게 골라 사용할 수 있어 여간 편하지 않다.
도마 한 개로 여러 식자재를 다듬거나 자를 때처럼 번번이 깨끗이 닦고 말려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마의 모서리에는 얕은 턱과 홈이 있어서 식자재의 국물이 넘치지 않는다.
특히 자르거나 저미는 등 용도에 적합한 네 개의 식칼이 포함된 세트를 선택·구매할 수 있다.
조리가 모두 끝나면 알루미늄 보관 통에 가지런히 담아 놓을 수 있어 안전할 뿐만 아니라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이 도마는 영국의 쌍둥이 형제인 앤터니와 리처드 조지프가 2003년 설립한 스타트업 '조지프 조지프(Joseph Joseph)'의
제품이다.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진 형제는 비즈니스에서도 완벽한 협업을 하고 있다.
10분 먼저 태어난 앤터니는 디자인에 소질을 보여 센트럴세인트마틴스미술대를 졸업하고 신제품 개발과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사업가 기질이 있는 동생 리처드는 케임브리지대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하고 운영과 영업을 책임진다.
이 도마는 원래 할아버지가 설립하여 아버지에게 상속된 유리 제품 회사를 돕기 위해 형제가 1만파운드(약 1600만원)어치의
회사 지분을 받고 디자인한 유리 도마에서 비롯되었다.
강화 유리로 다채로운 무늬의 도마를 디자인하면서 주부의 속마음을 간파한 형제는 편리하고 위생적인 조리 기구의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2008년 출시된 도마 세트는 105개국에서 900만개 이상 팔리고 있다.
갖가지 주방 용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회사의 2013년 매출은 3560만파운드(약 595억원)에 달한다.
사업을 큰 성공으로 이끄는 디자인 혁신은 우리의 일상생활 주변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文學,藝術 > 디자인·건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립세종도서관] 세계가 반한'누워 있는 책 한권' (0) | 2016.07.15 |
---|---|
과학자가 디자인한 '비바람 방향에 따라 고개 숙이는 우산' (0) | 2016.07.06 |
[일사일언] 간판과 현판 (0) | 2016.06.08 |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03] 완공 앞둔 잡스의 遺作 (0) | 2016.06.05 |
[뉴 테크놀로지] 콘크리트보다 地震에 강한 철강재… 충격 흡수 제품 속속 개발 (0) | 2016.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