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 주응규
바람이 초록 이파리 사이를 스쳐나 잎잎이 차린 새벽 차반을 엎지른 듯 이슬방울 구르는 청아한 소리에 선잠 깨난 그대는 비틀어진 가여운 몸으로 여름날이 저물어가도록 예서 임 기다리나 임 생각에 쏟는 애달픈 눈물은 오뉴월 볕에 끓어나 보랏빛 그리움의 꽃을 피우누나
임 향한 마음 한 겹 한 겹 기워 임 맞이할 채비 하려 해를 품어 해그늘을 드리우누나
임 오신다는 소식은 묘연하건마는 안간힘으로 임께 한 발짝 닿으러 쏟아지는 땡볕 속을 벋쳐 오르는 인연(夤緣)은 먼빛 그림자로 오시는 임 마중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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