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1.29 이선민 선임기자)
"정치가 '私的 사업' 전락해 국가표류…
이익보다 가치 따지는 新보수로 가야"
[위기의 대한민국… '보수의 길'을 묻다] [2]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통일 등 앞둬 강력한 리더십 필요… 권력은 집중하되 운영은 協治로"
"지금은 정치가 공의(公義)를 잃고 사물화됨으로써 빚어진 국가 표류 상황이다. 보수의 가치와 철학을 분명히 하는 신(新)보수가 깃발을 세우고 새로운 국가 비전과 리더십을 제시할 때
대한민국은 혼란을 끝내고 재도약할 수 있다. 그 중심이 돼야 할 보수 정당과 정치인이 제 역할을 못하면
지식인과 범보수 진영이 힘을 모아 신보수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박세일〈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빚어진 국가적 위기가
"국정이 '공적 사명'이 아니라 '사적 사업'으로 전락한 결과로 초래됐다"고 진단했다.
박 명예교수는 보수가 이번 난국을 극복하고 국가와 사회의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치공학적인 방략에
의존해서는 안 되고 뼈를 깎는 혁신과 사상적 재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왜 일어났다고 보는가.
"직접적으로는 박근혜 정부 들어 발생한 사적 권력에 의한 국정 농단이 원인이다.
하지만 국정이 목표를 잃고 표류하기 시작한 계기는 노무현 정부 때의 세종시 건설이었다.
국가보다 특정 정파의 단기적 이해가 앞서면서 정치인과 관료들 사이에서 공인 의식이 사라졌다.
이를 바로잡아야 할 보수 정권에서도 정치적 철학과 가치의 와해는 계속됐다.
이명박 정부 때는 경제 권력에 의한 국정 개입이 심화됐고,
박근혜 정부 때는 특정 개인이 국정을 좌우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번 사태는 박근혜 정부의 위기를 넘어 새누리당과 보수 세력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
보수가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의 보수는 가치를 중시하는 철학적 보수가 약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적 보수가 강하다.
이명박 정부 이후 보수의 과제는 철학적 보수를 세우는 것이었는데 실패했고,
그 결과 산업화·민주화 이후 국가가 나아갈 목표를 찾지 못했다.
지식인 차원에서는 선진화와 통일 등의 논의가 있었지만 정당이나 정치적 차원의 공식화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보수우파가 국정을 책임지지 못하면 진보좌파에게 넘길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진보는 정책은 약하고 이념은 강하다.
자본주의 안에서 개혁을 추구하는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같은 전통이 거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진보가 공산당과 싸운 역사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태로는 우리 민족의 가장 큰 과제인 자유민주통일의 성공적 주체가 될 수 없다.
결국 보수가 산업화 시대의 구(舊)보수 껍질을 벗고 신(新)보수로 거듭나야 우리 역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이른바 '87년 체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주장은 지식인들의 담론이지 국민의 생각은 아니다.
통일, 민주주의, 시장자본주의, 국가 공동체 유지라는 한국의 4대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정부가 필요하다.
지금은 오히려 단기적 이해관계에 민감한 국회와 시민사회가 지나치게 권력을 행사해서 국정 운영의 효율성과
전략성을 저해하고 있다. 권력은 집중하되 그 운영은 협치(協治)로 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보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지향하는 가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
새누리당 안의 친박과 비박, 당 밖의 범보수가 모두 자신들의 가치를 재정비해서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
양극화 문제, 민주주의의 일탈인 폭민(暴民) 정치, 대중(對中) 문제 등 당면 과제를 어떻게 풀지 보수적인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구보수의 유산에서도 계승·발전시킬 부분이 있다.
대북 관계와 역사관처럼 국가의 정체성과 헌법적 가치에 관련된 것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
대권 주자들은 자신이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를 분명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른바 '제3지대론'은 문제가 많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적당주의로는 '사이비 제3지대'에 빠질 위험이 크다."
―신보수의 정치적 리더십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나.
"신보수의 리더는 경선이 아니라 합의 추대해야 한다.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의 경선은 의미가 없다.
현재 이른바 유력 주자들은 철학도 약하고 원칙대로 살아오지 못하지 않았는가.
보수적 가치를 새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협치에 바탕한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
―보수 정치권이 올바른 새 리더십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신보수를 세우는 일은 정치인에게만 맡겨 놓을 수 없다. 지식인과 범보수가 나서야 한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함석헌 선생의 말씀이 절실한 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에게 준 큰 교훈은 대선 후보 검증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에 맡겨 놓지 말고 언론·학계 등이 직접 해야 한다.
대권 주자들이 무슨 비전을 갖고 어떤 준비를 해 왔는지를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
누가 싫어서 누구를 찍는다는 식으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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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독립과 佛혁명의 격동기 속에서 보수·진보 사상적 기준 제시한 버크·페인의 논쟁 추적
에드먼드 버크와 토머스 페인의 위대한 논쟁|유벌 레빈 지음 조미현 옮김|에코리브르|352쪽|1만8500원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 에드먼드 버크 지음|이태숙 옮김|한길사|396쪽|2만8000원 926.05-ㅂ748ㅍ/ [정독]인사자실(2동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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