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1.14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울치재 한 해에 서읍령을 다섯 번 넘었지만 절정에 오를 때면 날 것만 같은 기분이네. 소나무와 삼나무, 원숭이와 학까지 다 잘 알겠고 바람은 쏴아아 불어 내 옷자락 풀어헤치네. 푸른 바다 기울여서 금 술잔을 가득 채우고 태백산 아래 수많은 산 안주로 삼고 싶구나. 말고삐 잡고 선 마부는 어찌 그리 안달하는지. 내가 훌쩍 뛰어 별을 뚫을까 봐 걱정하나 보다. | 西泣嶺 一年五踰西泣嶺(일년오유서읍령) 每凌絶頂神飛揚(매릉절정신비양) 松杉猿鶴盡相識(송삼원학진상식) 天籟嘈嘈披我裳(천뢰조조피아상) 要傾滄海崇金罇(요경창해숭금준) 太白諸山爲飣餖(태백제산위정두) 僕夫控馬何勤渠(복부공마하근거) 疑余騰趠攙星宿(의여등초참성숙) |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1431~1492)이 경상도 병마평사(兵馬評事)로 일하던 1467년 어름 각지를 순찰할 때 지었다.
영양군에 있는 고개 서읍령은 높기도 하고, 관리에게 수탈당한 백성들이 울며 넘었다 하여 울치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고개다.
울치재를 자주 넘자니 고생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이 고개만 오르면 신이 난다.
모든 게 익숙해진 고개 위에 섰더니 시원한 바람이 옷깃을 마구 날린다.
호쾌한 기분 끝에 동해 바다를 술잔에 따라 고개 아래 산들을 안주 삼아 마음껏 마시고 싶다.
그런데 웬일인지 말을 끄는 마부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오호라! 내가 너무 호쾌해하여 별이라도 뚫고 하늘로 솟구칠까 봐 걱정인가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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