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人文,社會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38] 산타클로스

바람아님 2013. 8. 22. 10:41

(출처-조선일보 2009.12.25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전 세계를 돌며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준다는 산타클로스의 전설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산타클로스의 기원이 되었을 법한 인물로는 로마 시대 말기인 서기 4세기에 실존했던 니콜라스 성인을 들 수 있다. 그는 오늘날 터키 영토인 아나톨리아의 미라(Myra)라는 곳의 주교였는데, 가난한 사람들에게 풍성한 선물을 주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곤궁에 빠진 한 기독교도의 세 딸에게 지참금을 마련해 주어서 그 세 처녀가 창녀가 되지 않고 잘 결혼하도록 도와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의 산타클로스와 더 직접적인 관련을 가진 인물은 네덜란드의 신터클라스(Sinterklaas·니콜라스 성인)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니콜라스 성인의 밤'인 12월 5일 저녁에 아이들이 선물을 받기 위해 난로 옆에 신발을 걸어둔다. 그러면 착한 아이에게는 신터클라스가 선물을 놓고 가지만, 나쁜 아이에게는 흑인 조수인 '시커먼 피트(Zwarte Piet)'가 막대기로 때려주고 간다. 아마도 미국 동부에 이주한 네덜란드인들에 의해 이런 관례가 전해져서 오늘날 산타클로스로 변화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의 산타클로스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미국의 영향 때문이다. 19세기 후반에 활동한 만화 작가 토머스 내스트(Thomas Nast)는 산타클로스를 통통한 몸매에 발그레한 뺨, 흰 수염이 풍성하게 난 할아버지 캐릭터로 재창조했다. 여기에다가 1939년에 로버트 메이(Robert May)가 통신판매 백화점의 선전 스토리로 빨간 코를 가진 사슴 루돌프를 만들어내서 산타클로스의 세속적인 버전이 완성되었다. 이처럼 상업화된 산타클로스는 원래의 기독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성탄절을 과소비 혹은 과시 소비의 축제일로 변질시키는 데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곤 한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텔레비전과 영화, 광고 등을 통해 떠들썩한 모습으로 각색된 크리스마스의 상업화가 고유의 종교문화를 침해한다는 문제점도 제기되었다. 종교축제가 최소한 '쇼 비즈니스'로 변모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