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9.12.19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혹독한 겨울 추위를 흔히 '동장군(冬將軍·General Winter)'이라고 표현한다. 이 말은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전쟁에서 유래했다.
나폴레옹 제국 체제의 절정기에는 영국을 제외한 유럽 대륙의 대부분이 프랑스의 직·간접 지배하에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폴레옹의 대군은 정복한 국가의 군대를 끌어들여 규모를 키워 갔다. 러시아는 프랑스와 평화조약을 맺은 상태였지만, 프랑스 제국의 영향력이 동유럽까지 바짝 들어와 있는 데다가, 유럽 대륙 전체를 경제적으로 통제하는 나폴레옹의 대륙봉쇄체제 때문에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1812년 러시아가 이 대륙봉쇄체제에서 이탈하여 영국과 교역을 재개하자 나폴레옹은 그때까지 유럽 역사상 최대 규모인 6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로 공격해 들어갔다.
프랑스 장군들이 지휘하는 다국적군의 공세에 밀려 러시아군은 계속 후퇴했다. 9월 7일 보로디노에서 나폴레옹군이 승리를 거두었지만, 패퇴하는 러시아군은 자국의 마을을 모조리 불태워서 적군이 물과 식량을 얻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나폴레옹군이 9월 14일에 모스크바에 입성했을 때 이곳 역시 도시 전체가 불타서 점령군이 묵을 집이 남아 있지 않았다. 더는 지탱하기 힘들게 된 나폴레옹군은 10월 중순부터 서쪽으로 퇴각하기 시작했다. 보급 부족과 전염병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러시아군이 반격을 가해 왔고, 본격적인 러시아의 겨울 추위가 군사들을 괴롭혔다. 러시아 군대만큼이나 '동장군'이 나폴레옹 군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혀서, 무려 40만명이 희생당했다.
러시아의 동장군이 실력을 발휘한 것은 나폴레옹 때만이 아니다. 그 이전에 있었던 대북방전쟁(1700~1721)에서 강력한 스웨덴군이 러시아로 침략해 들어왔을 때에도 유별나게 추운 겨울 추위로 1만6000명이 사망하는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역사의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지, 히틀러 역시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1941년에 소련을 침공하면서 히틀러는 전격전(電擊戰)을 통해 겨울이 오기 전에 소련을 정복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전투가 장기화되어 혹독한 겨울 추위에 시달리면서 70만명 이상의 전사자가 생겼다. 러시아의 동장군은 몇 차례나 조국을 지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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