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픽셀(사람의 시선과 비슷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술), 광학식 손떨림 보정, 1200만 화소…. 21일 출시되는 갤럭시S8의 카메라 성능은 웬만한 DSLR카메라에 뒤지지 않는다. 디지털 카메라(이하 디카)의 시대가 가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초소형 카메라 기술의 발달로 디카의 위세가 크게 꺾였다.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진 필름카메라(이하 필카)를 뒤를 디카가 따라가고 있다. 캐논·니콘·소니·파나소닉 등 디카 산업을 주름잡던 기업들도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디카 기업의 양대 산맥인 니콘은 지난해 90억 엔(약 9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카메라 사업이 부진한 탓이다. 이에 4일 사업 구조개혁안을 내놨다. 카메라·반도체·현미경 등 3개 사업부로 나눴던 광학기술 설계 사업을 통합하기로 했다. 인력을 줄여 광학 부품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니콘은 이미 직원 1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더불어 지난해 6월 야심 차게 출시한 고급형 디카 3종의 판매도 중단했다. 카메라만 팔아서는 더 이상 돈을 벌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스마트폰에 밀려 니콘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카메라사업의 판매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니콘이 재생의료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카메라사업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글로벌 디카 판매량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공협회에 따르면 디카 출하량은 2000년 1310만 대로 처음 필카를 앞선 뒤 2007년 2730만 대로 정점을 기록했다. 그 뒤로 디카 보급 확대와 스마트폰 판매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945만 대로 추락했다. 1999년(6927만 대) 이후 가장 낮다.
캐논은 이런 사태에 대비해 일찌감치 디스플레이장비, 의료기기 등 주변 사업을 강화했지만 디카의 판매 부진이 심각해 2007년 7566억 엔에 달했던 순이익이 지난해 1700억 엔으로 뚝 떨어졌다. 필카-디카-폰카로 이어지는 시장의 흐름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디카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2월 캐논의 장기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한때 캐논의 신용등급은 도요타자동차보다도 높았다. 무디스재팬 역시 지난해 6월 캐논의 신용등급을 ‘Aa1’에서 ‘Aa3’로 두 단계 낮춘 바 있다.
이에 캐논은 디카 생산 라인을 자동화해 생산에 필요한 인력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카메라의 생산단가를 20% 이상 낮춰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볼 계획이다. 또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를 겨냥한 상품 개발에도 나섰다.
파나소닉은 아예 디카 사업을 접을 계획이다. 디카와 광디스크 등 6개 사업부에서 지난해 460억 엔(약 4648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등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파나소닉은 올 상반기 안에 디카와 전화교환기 등 사업부를 완전 해체하고 관련 인력을 모두 방출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카메라 회사들이 사업을 구조조정하거나 청년층과 여성, 어린이 등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대거 출시하는 등 시장 회복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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