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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盧의 남자, 변양균의 소신은 진화했는데…

바람아님 2017. 6. 27. 08:32

(조선일보 2017.06.27 김홍수 경제부장)


'진보 철학 지닌 유능 경제 관료' 변양균씨 측근들 새 정부서 중용 

기업가의 부단한 혁신 강조하며 자유로운 기업 환경 조성 촉구해 

정작 정부는 가격 통제하며 역행… 목소리 묻힌 건 아닌지 염려돼


김홍수 경제부장

진보 정부의 반(反)시장 행보가 시작됐다. 출발점은 가격 통제다. 

통신 요금에서 시작해 실손보험료,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등으로 통제 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가격 통제는 문재인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소득 주도 성장론과 맞닿아 있다. 

일자리 양과 질을 높여 소득을 늘리자는 게 핵심이지만, 서민과 중산층 생활비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도 

포함된다. 예컨대, 통신료 부담을 줄여주면 가처분소득이 늘어나 소비 촉진 효과가 생긴다고 여긴다.


현 정부의 첫 문제 해결 능력 검증 이슈로 부상한 집값 잡기 전선에선 부동산 중개업소 단속, 투기 세력과

전쟁 선포 등의 시장 압박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경제정책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보기 드물게 진보의 철학을 지닌 유능한 경제 관료"라는 평을 들었던 사람이 있었다. 

변양균씨다. 노무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장기 국가발전계획 '비전 2030'을 설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변 전 실장 측근들이 속속 중용되면서 '변양균 사단'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고형권 기재부 1차관,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이 '변양균 사단'으로 분류된다.

이런 그가 '경제철학의 전환'이란 책을 최근 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이 총애한 경제 관료의 경제철학은 'J노믹스'와는 영 딴판이다.


"나는 노무현 정부에서 '비전 2030' 수립을 주도했다. 목표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었다. 

10년이 훨씬 지났다.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은 슘페터식 '공급 혁신'에 의한 새로운 수요 창출이 절실하다. 

그래야 일자리도 쏟아진다."


그가 강조하는 슘페터식 경제정책이란 "기업가가 부단히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방식이다. 

기업가가 생산요소 간의 자유로운 신(新)결합, 창조적 파괴를 활발히 할 수 있는 토대, 기업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새 정부의 가격 통제는 기업의 생산요소(토지·노동·자본)의 자유로운 결합을 결정적으로 방해하는 반시장 정책이다. 

변 전 실장의 시각으로 보면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문재인 정부의 문제 해결 방식도 시대착오적이다.


"지가(地價)를 규제나 세금으로 떨어뜨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의 수요와 공급의 괴리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종부세 등 수요를 억제해서 막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마지막 연도에야 비로소 공급 확대로 전환해서 부동산 가격 안정의 공을 

이명박 정부가 거두게 했다."


변 전 실장의 경제철학으로 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도 엉터리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정규직 해고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低)성과자를 합리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해고 가능하도록 하여 인력의 선순환을 도모하도록 해야 한다." 

변 전 실장은 "좋은 일자리 창출은 우리 사회가 소비하기 좋은 사회가 되어야 가능하다. 

소비를 방해해서 결과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새 정부는 원격 의료나 영리 병원 설립을 반대해 소비자의 의료 서비스 선택권을 제약하고, 

소비·투자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변 전 실장은 소득 주도 성장론도 반쪽짜리 경제 모델이라고 비판한다. 

"소득 주도 성장론의 이론적 기반은 유효수요 창출을 중시하는 케인스주의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 

슘페터식 혁신으로 보완하지 않은 채 케인스식 단기 금융정책 위주로 계속하는 한, 

새 정부 임기 말에는 성장률이 0%에 진입하는 '제로 성장'의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변양균 사단 인사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국 경제를 위해선 그래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