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일보 2017.07.01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저임금 근로자 위한 제도가 보호 대상 실직으로 내몰아… 제도와 현실의 괴리 때문
정치적 동기까지 개입하면 해법 찾기는 더욱 힘들어져… 최저임금 인상 속도 늦춰야
올 초 맥도날드에서 출시된 고급형 햄버거 가격은 7500원이다.
햄버거가 어지간한 육개장만큼 비싸진 것도 씁쓸하지만, 마음을 짓누르는 것은 매장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의 최저 시급(6470원)으로는 자신들이 파는 햄버거를 사먹기 어렵겠구나 하는 안쓰러움이다.
최저임금을 3년 내에 1만원으로 올리는 대선 공약을 시행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저임금 근로자의 급여를 대폭 인상해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정부의 의도에는 많은 이가 적극 공감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선한 의도가 지금 논의되는 방식을 통해 실현될지에 대해서는 많은
국내외 연구와 경험이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우선 요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는 디지털 주문 시스템은 기술 난도가 높지도 않고 그리 비싸지도 않다.
그동안의 인건비 수준에서는 필요가 크지 않아 소폭 도입에 그친 것이지, 인건비 부담이 늘고 약간의 시간만 지난다면
다양한 장치로 노동력을 대폭 대체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세상이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서 경비 비용의 비중이 높아져 주민들이 경비 인력을 줄이고 CCTV를 설치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나
대학들이 경비 인력의 신규 채용을 중단하는 것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사용자가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게 하면서 동시에 취약 근로자를 배려할 길을 찾는 것은 정치적 모토와 분리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가능한 고차방정식이다.
최저임금의 일부 측면에 대해서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학계의 공감대가 단단하게 형성돼 있는 지점도 상당하다.
대표적으로 취약한 근로자일수록 최저임금 인상의 우선적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인건비 부담이 적다는 장점 때문에 고용을 유지하던 저숙련 근로자들을 떨어내고 고숙련 노동력이나
기계로 대체하도록 사용자를 떠밀기 때문이다. 그러니 애초에 보호하려던 대상에게 직격탄이 가는 셈이다.
다음으로는 빈곤층 생계비 보장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최저임금을 사용할 경우의 부작용이다.
가구 내 취업자 수가 늘어나면서 저임금 근로자 중에서 생계를 주로 책임지는 사람의 비중은 크게 줄었다.
주부나 취업 준비생 등은 추가 소득이 필요한 나름의 이유가 있어도 주 소득 창출자가 아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생계비 확보가 절실하다기보다 일자리 자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게 더 중요하다.
문제는 저임금 근로자 중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빈곤층인데, 우리나라 최저임금 근로자 중 빈곤층과 중산층 이상의 비율은 대략 3대7 정도로 파악된다.
이렇게 두 가지 유형이 혼재할 경우 일괄적으로 임금을 대폭 인상해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기보다 이들 중 빈곤 근로자를
국고에서 지원하면서 임금 인상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현재 200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이른바 미준수율 문제도
최저임금 인상이 급격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제약이다. 이는 비공식 부문이 넓은 우리 경제 구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최저임금이 급속히 상승하면서 산업 현장과 제도 사이에 괴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중위 임금(100명을 임금 순서대로 세웠을 때 50번째 근로자의 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이미 OECD 평균인 50%를
넘었고, 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일본은 40% 수준이다. 제도가 시장과 괴리돼 홀로 강화될 때
취약 근로자는 제도의 보호로부터 밀려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제도로 보호받는 근로자와 제도 밖 근로자의 격차는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오히려 더욱 심화된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연 15.7%의 인상이 필요하다.
영세 사업자에게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카드 수수료 감면이나 세제 지원 등을 모색한다고 한다.
정부의 고민이 한편으로 이해되지만 이 정도의 급격한 인상은 영세 업자뿐 아니라 전체 기업의 고용 결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퇴출돼야 한다는 것이 제도의 원래 취지임을
고려한다면 영세 사업자를 넘어 지원 대상을 마냥 넓힐 수도 없다.
최저임금은 원래 시장과 정책이 복잡하게 얽힌 영역이다.
해답으로 꼽히는 것은 완만한 인상, 그리고 정치 열기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상률이 경제성장률을 약간 웃돌게 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의 상대적 위치를 향상시켜가되 사용자의 위기의식을
부채질하지 않는 차분함이다. 안타깝게도 심의위원으로 직접 참여했던 경험상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결정은
이를 철저히 정치 이슈화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런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 포기해서 안 되는 최소한의 목표는 최저임금이 1만원에 도달하는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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