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6.24 이인열 산업1부 차장)
한 모임에서 중견 페인트 업체 기업인을 만났다.
그는 최근 특수 도료를 만드는 독일 업체가 경기도에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 업체의 최대 시장은 중국이다. 그런데 왜 한국에 공장을 지으려는 걸까.
그는 "최근 중국의 기업 환경이 아주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 규제와 중국 업체들의 횡포도 거세지고, 무엇보다 국제 표준과는 너무 다른 중국식 경영 환경에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데다 기업 환경 면에서
중국보다 안정적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우리가 모두 다 알던 중국의 문제점이긴 한데
그 여파가 우리에게 긍정적 상황으로 현실화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중국의 계속되는 사드 보복 조치를 들여다보면 치졸하기 그지없다.
비타민 성분이 들어 있다는 이유로 사탕을 의약품으로 분류해 통관시키라 하고, 날짜 표기(06-19-2017)에서 하이픈(-)을
빼라면서 통관을 거부하기도 한다. 국제사회 리더인 G2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심지어 초등학교 학생들을 동원해 반한(反韓) 시위와 한국 기업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상당수 전문가는 사드 사태가 한국에 뜻밖의 선물을 줬다고 했다.
언젠가 마주치게 됐을 중국의 민낯을 조금이라도 먼저 체험하고 대비할 수 있게 해 줬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일 게 있다. 중국의 민낯을 우리가 잘만 활용하면 다른 의미에서 '차이나 특수(特需)'가 올 수도 있다.
지금 중국이 우리에게 들이민 민낯은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독일 페인트 업체의 한국 진출은 그런 관찰의 결과다.
아웃도어 신발 업체인 트렉스타는 최근 중국 공장을 폐쇄하고 22년 만에 '신발 공장의 메카'인 부산 귀환을 택했다.
내년에 부산의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스마트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1990년대 트렉스타는 국내에서 임금 인상과
채산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중국으로 옮겼다. 그런데 중국에서도 임금은 치솟고, 외국 기업에 대한 각종 우대 정책이
줄어든 데다 반기업적 민낯마저 드러내자 기업들이 유턴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을 볼 수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도 한몫했다고 한다.
지금부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아시아 시장을 노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규제 개혁과 더 적극적인 시장 개방 및 세제 혜택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 시행한 지 4년이 지났지만 겨우 서른 기업만 귀환하는 성과를 낸 유턴기업지원법(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의 실효성을 높일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제조업의 해외 공장 일자리의 10%(약 29만개)만 복귀해도
국내 청년 실업자 60%의 일자리가 해결된다고 한다.
일자리 창출은 어렵게 시작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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