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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친원전 미국 환경운동가 쉘렌버거..문 대통령에게 서한 보낸 이유

바람아님 2017. 7. 8. 10:12
조선비즈 2017.07.07. 15:37

마이클 쉘렌버거(Michael Shellenberger·45)는 미국의 환경 운동가다. 2008년 타임지가 '환경의 영웅(Hero of the environment)'으로 선정했다. 특이한 점은 많은 환경 운동가들과는 달리 원자력 발전 지지자라는 것이다. 그가 창립하고 대표로 있는 환경단체 '환경진보(Environmental Progress)'는 미국 내 원전 폐쇄를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쉘렌버거 대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2014년 판권을 사 국내에 배급한 다큐멘터리 '판도라의 약속'에 출연해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미국 뉴욕주와 일리노이주의 원전 폐쇄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마이클 쉘렌버거 환경진보 대표. /환경진보 제공

쉘렌버거 대표는 지난 5일 미국 원자력·기후학 과학자 13인과 공동 서명한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한국은 높은 신뢰도와 경제성을 보유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전세계 원자력계의 선두주자"라며 "만약 한국이 원전을 폐지한다면, 전세계는 인류를 가난에서 구제하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저렴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소중한 공급자를 잃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원전의 단계적 폐지 대신 이미 사고 저항성이 높은 핵연료 개발 및 새로운 원전설계 등을 통해 향상된 원자력의 안전성 및 경제성을 더욱 개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문 대통령께서 다양한 에너지 및 환경 과학자 및 전문가들과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 원자력 업계와 인연도 있다. 지난 4월에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과 한국원자력산업회 주최로 열린 '원자력 연차대회'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했고, 경주에서 지역민들과 원전 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쉘렌버거도 초기에는 많은 환경운동가처럼 극단적으로 탈(脫)핵을 주장했다. 1999년에는 모하비 사막에 건설될 핵폐기물 저장소 건립을 저지하기 위해 온갖 '방해공작'을 펼쳤다.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위한 공공투자에도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그가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은 5년간 원전을 연구하고 나서부터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사회에서 발생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동료 과학자들과 연구했다.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발전으로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더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을 다시 활용하는 쪽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굳혔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으면서 원전에 대한 '믿음'이 시험대에 오르긴 했다. 쉘렌버거는 후쿠시마를 찾아 조사하고, 관련 보고서 작성자들을 만났다. 그는 여전히 안정성을 높여나간다면 원전이 가장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믿는다.


지난 5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쉘렌버거 대표와 만나 미국의 환경운동가와 과학자들이 문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달한 이유 등을 들어봤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달한 배경이 궁금하다.

"우리는 한국의 미래 에너지 정책 뿐 아니라 원전의 단계적 철폐에 대해 깊이 걱정하고 있다. 한국은 특별하다.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은 원자력발전소 건설비용을 계속 낮춰온 유일한 나라다. 한전이 아랍에미레이트에 건설한 원전이 그 증거다.


기후정책 전문가 사이에서는 탄소배출량 저감, 대기질 개선을 위해서는 원자력 에너지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강력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프랑스의 원전 기업 아레바와 일본이 소유한 미국 기반의 웨스팅하우스가 재무적으로 실패한 상황에서 한국이 원전사업에서 철수한다면, 전세계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경쟁에서 러시아와 중국만이 남게된다. 이렇게 되면 세계는 인류의 가난 구제와 기후 위기 해결에 필요한 저렴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소중한 공급자를 잃게되는 셈이다."


-한국에서 초청한 단체가 있는건가.

"아니다. 자비를 들여서 왔다. 서한에 공동 서명한 동료들을 대표해 내가 오게 됐다. 내가 대표로 있는 '환경진보'는 재무적으로 독립적인 단체다. 돈이 별로 많지 않다.(웃음) 우리 단체는 개인 후원으로만 운영되며, 원전 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나 단체들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는다. 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가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았다. 후원자 목록은 우리 단체의 웹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환경 운동가이면서 원전에 찬성한다는 게 특이하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나도 많은 환경운동가처럼 젊었을 때는 원전에 반대했다. 화장실 배수구를 막듯이 원전 관련 프로젝트들에 제동을 걸기 위해 뛰었다.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레이크스루 연구소(Breakthrough Institution)'에서 일할 때 신재생에너지가 기후변화에 미칠 영향을 연구했다.


결과적으로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간헐성(intermittency)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역설적이게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량이 많아진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 일본에서는 결국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신재생에너지의 에너지 밀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같은 양의 연료를 쓸 때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적다는 뜻이다. 한국을 예로 들면,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태양에너지로 교체할 경우, 현재 신안에 있는 국내 최대 규모 태양광발전단지와 동일한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4400기를 건설해야 한다. 이는 서울 면적의 5배에 달하는 부지를 요한다. 풍력발전으로 원자력을 대체한다면 서울면적의 14.5배에 달하는 부지가 필요하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패널 제작에 들어가는 카드뮴, 텔루르 등 오염 물질이 발생하기도 한다. 환경 운동이 환경을 더 나쁘게 만든다는 역설에 부딪힌 것이다."


-한국은 원전 대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현실성이 없는 계획 같다. 지난해 태양광 및 풍력은 각각 한국 내 전력공급의 1%와 0.35%를 담당했다. 태양광 및 풍력발전이 간헐적이고 계통 연계 에너지 저장시설의 단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소 운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원자력을 천연가스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신규 발전소 건설에 230억 달러의 초기 투자비용이 소요되며 천연가스 수입에 매년 100억 달러를 들여야 한다. 환경적으로는 원전을 모두 폐지할 경우, 2700만대의 휘발유 차량이 도로를 달리게 되는 것과 같다.


지난 4월 경주에서 주민들과 만나 대화했을 때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원전의 안정성이었다. 안전이 이슈라면, 없애는 것만이 솔루션은 아니다. 40년간 축적한 경험과 데이터를 통해 운영을 개선할 수 있다. 여기에 강력한 원전 규제기구를 만들고 투명성을 높이면 된다. 원전을 안전하게 만들 방법은 많고, 미국과 캐나다가 이 분야와 관련해서 전달할 노하우가 많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으면서 원전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후쿠시마를 겪고도 원전을 고수하는 게 환경 운동가로서 쉽지 않았을 텐데.

"후쿠시마 사고는 내 믿음에 대한 시험대였다. 질문대로 정말 쉽지 않았다. 2014년 후쿠시마에 가서 직접 조사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양대 보고서 작성자인 일본 정부측의 키요시 쿠로카와와 아사히신문 편집장 요이치 후나바시를 만나 인터뷰했다.

이들은 우선 후쿠시마 사태는 공포심으로 더욱 심각해졌다고 했다. 원자로 냉각을 위해 냉각수를 충분히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 총리와 도쿄전력이 이와 관련한 지시를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방사능 환기도 지연했다. 지역 주민들 대피가 이유였다. 그러나 환기가 늦어지면서 수소 폭발로 이어졌다.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했을 시기에 대규모 대피를 우선한 것이 패착이었다고 본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노인들을 대피하는 과정에서 생긴 혼란으로 사망자수도 늘었다.


후쿠시마 사고는 공포스러운 사건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하게 안전한 것은 없다. 이는 신화다. 이걸 바라는 것 자체가 어린아이와 같은 발상이다. 과학적인 증거를 봐도 원전 관련 사망자수가 압도적으로 적다. 중국 반차오(Banqiao)의 한 수력댐에서 발생한 사고로 17만1000여명이 숨졌다. 건설 산업과 자동차 산업에 완벽한 안전을 요구하지 않듯이, 원전에 이런 잣대를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공포를 공포로만 끝내지 않고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원전 산업 현황은 어떠한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원전 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원전의 효율성을 높이고 재무적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미국이 30여년간 신규 원전 건설에 나서지 않는 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력을 키웠다. 이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미국의 많은 원전은 천연가스와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폐쇄 위기에 몰려있다. 그간 원전 산업의 리더십이 게으르고, 활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정부 보조금도 이런 결과에 한몫했다. 예컨대 지난해 미국에서 신재생에너지는 원전의 114배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았다. 공정한 경쟁 차원에서도 이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2030년까지 미국 내 원전 절반이 가동을 중단해야만 한다. 우리 단체는 이런 상황을 각 주정부들에 알리고 주민들의 수용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하면서 지난해 뉴욕과 일리노이주 원전 2기의 폐쇄를 막기도 했다."


-미국 환경단체들 중 원전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많은지.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실재하는 움직임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반핵주의자였던 캐롤 브라우너 전(前) 미국 환경보호청장도 친원전으로 돌아섰다. 퓰리처상 수상 경력이 있는 역사학자 리처드 로즈(Richard Rhodes), 기후 과학자 제임스 한센(James Hansen)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원전 관련 정책에 대해서 전할 말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한국 정부가 현대차가 안전하지 않다고 하면 아무도 현대차를 사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원전을 두려워하고 포기한다면 아무도 한국의 원전을 사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원전 포기는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포기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한국 토지 부족 문제, 대기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탈원전 정책은 재고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