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에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초순(1∼10일)이기는 하지만, 9월 수출이 마이너스(-) 8.7%를 기록했다. 드문 일이다.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 설명으로는 조업일수 감소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조업일수가 8일이었는데 이달에는 7일로 줄었고, 이를 고려하면 일일 평균 수출액은 한 자릿수, 4.4%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초순인 데다, 수출의 특성을 고려하면 중순, 하순을 거치면서 충분히 플러스(+)를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에 따른 전방위적인 피해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대내외 리스크를 포함한 경제동향을 찬찬히 뜯어보면 마냥 안심할 일은 아닌 듯싶다.
내수와 함께 경제를 이끄는 큰 축인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11월.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곤 있지만, “완연한 회복이라고 할 수 있나”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품목만 봐도 반도체와 석유제품이 홀로 분전하는 모양새이고 나머지 주력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역도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들쭉날쭉 기복이 심하다. 베트남만 호황세다. 수출이 미치는 낙수(落穗)효과도 찾기 힘들다. 물량 자체는 늘었지만, 제조업 가동률은 떨어지고 수출과 내수의 연계 고리가 약화된 탓이다. 수출이 잘되면 제조업 생산이 늘고 다시 가동률이 높아져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내수가 힘을 받는데 그 고리가 끊어져 있다는 의미다.
소비 회복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수출을 주도해온 자동차, 조선, 일반기계, 방위산업, 철강, 석유화학, 섬유, 식품, 가전, 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반도체 주력산업마저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은 전문 연구기관들도 지적해온 사안이다. 중국 등 신흥국, 선진국과의 경쟁, 국내 생산경쟁력 약화,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등이 가세한 결과로 풀이한다. 산업연구원(KIET)은 2011년 이후 전체 주력산업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거나 감소하는 징후가 뚜렷했고, 자동차, 조선, 섬유, 통신기기 등은 앞으로 7년 후 세계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조선은 후유증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 기미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제 적용과 통상임금까지 가세하면 선사들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해운이 어려우면 조선이 회생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자동차도 내수, 수출, 해외판매까지 줄감소 하며 고전하고 있다. 사드 이슈로 중국 시장은 초토화될 지경이다.
지금부터라도 대내외 이슈로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 대한 응급지원책과 함께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원천에서부터 뜯어보고, 미래 비전과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만, 정부가 주도면밀하게 대응해 왔다는 흔적은 크게 찾기 힘들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탈(脫)원전’에만 온통 신경이 쏠려 있는 형국이다. 오히려 민간에서 산업경쟁력의 현주소를 짚어보겠다고 나서고 있는 처지다. 주력산업에 어떻게 힘을 불어넣을 것인지, 새로운 신산업의 활로는 어디에서 찾을 것인지, 세밀한 전략부터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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