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9.09 남정욱 '대한민국문화예술인' 공동 대표)
[남정욱의 명랑 笑說]
인민 3代가 굶어 죽으며 이걸 겨우 개발했는데 뻑하면 중단하라고?
남조선의 제재·압박 나한텐 웃기는 말이야 우리 인민은 굶는데 이골
세계가 내 이름 다 알아 난 가장 유명한 조선인!
내 기분은 요새 최고야.
1년 동안 공들인 대륙간 탄도 로켓 장착용 수소탄 발사 실험에 드디어 성공했거든.
1966년 월드컵 때 공화국 영웅 박승진이 월드컵 최단 시간 첫 골을 넣었을 때도
이만큼 통쾌하지는 않았을 거야. 전 세계가 규탄하고 난리가 났지만
그건 '쫄았다'는 증거일 뿐이야.
이제 우리는 미국의 멱살까지 한 뼘밖에 남지 않았다고.
그런데도 남조선 당국자들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제재니 압박이니 하는
말들을 쏟아내시네? 덕분에 많이 웃었어.
그러나 그건 핵 가진 나라와 없는 나라 사이에 오갈 수 있는 대화가 아니야.
모쪼록 좀 더 공손한 말투로 여쭈세요.
그리고 내가 진짜 기분 나쁜 건 툭하면 우리보고 핵 개발을 중단하라고 하는 거야.
우리가 돈이 남아 돌아서 핵 개발한 게 아니야.
전 인민이 3대를 굶어가며 어렵게 만든 것을 우리 손으로 중단하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우리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그 가시밭길을 걸었어.
핵은 우리의 유일한 생존 수단이라는 사실이 그렇게도 이해가 안 되시나.
남조선 당국은 우리가 도발할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더군.
그러나 전쟁은 물리적인 힘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야.
일찍이 헤로도토스 선생이 말씀하셨잖아. 부드러운 나라에서는 부드러운 남자들이 태어나고 풍성한 곡식과 용감한 전사들이
같은 땅에서 태어나기란 불가능하다고. 풍요로운 페르시아 남자들은 척박한 땅에서 온 그리스 전사들을 이길 수 없었지.
제발 역사에서 뭐라도 배워야 하지 않겠어(아차, 남조선 인민들은 책을 안 읽지).
그리고 또 하나가 조국에 대한 자긍심이야. 남조선 인민들은 우리 공화국 인민들이 정권에 대해 불만이 꽉 차 있다고 생각하지?
그건 남조선 당국의 선전과 공작이 만들어낸 희망 사항일 뿐이야.
우리 인민들은 백두산 대국이라는 자긍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그런데 여러분 남조선 인민들은 어때?
스스로 '헬조선'이라며 제 나라를 신나게 깔아뭉개고 있잖아. 그런데도 여러분이 우리를 이길 수 있다고?
개가 풀을, 아니 풀이 개를 뜯어 먹을 소리입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나오는지 시험 삼아 백령도나 연평도 기습 점령 한번 해 볼까.
그리고 돈줄만 차단하면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우리는 굶는 데는 이골이 난 사람들이야.
돈줄이 아니라 명줄을 틀어막지 않는 한 우리는 갈 길을 갈 거라고.
이런 명언도 있잖아. 중단하는 자는 승리하지 못하며 승리하는 자는 중단하지 않는다.
혹시 중국이 우리를 어떻게 해주지 않을까 생각하는 모양인데 꿈들 깨셔.
중국이 제일 싫어하는 게 미군이고 그중 제일이 한반도에 있는 미군이야. 미군이 철수하는 조건으로 중국이 미국과 협상하는
거 우리도 100% 찬성! 한번 떠난 군대가 돌아오기는 어렵거든. 개인적으로도 기쁜 게 있어.
반만년 역사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선인이라는 타이틀을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내가 차지한 거야.
한동안 싸이 때문에 스트레스 엄청 받았거든. 이제 미국인들도 내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해.
아, 집에 생수랑 비상 식량은 준비해 놓으셨나? 없다고? 하하, 여러분 말투로 하자면 정말 대박입니다 대박.
※김정은 입장에서 가상으로 쓴 글입니다. 오해 없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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