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데스크에서] 美 경제 성장 착시 주의보

바람아님 2018. 1. 7. 09:29
조선일보 2018.01.06. 03:05
방현철 경제부 차장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2018년 경제 전망 보고서 제목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세계 경제가 4% 성장할 것으로 본다. 4.3% 성장했던 2011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표가 나온단 얘기다. 다른 예측 기관들도 올해 '장밋빛 전망'을 쏟아낸다.


가장 큰 이유는 세계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호조 가능성이다. 전문 기관들은 미국 경제가 올해 잠재성장률(1.5%)을 훨씬 웃도는 2.5%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본다. 잠재성장률은 한 경제가 무리하지 않고 기초 체력만으로 성장하는 능력을 일컫는다. 이미 미국은 '과속'이라 부를 만한 성장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이 성장하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건 상식처럼 들린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인 미국에 일자리가 늘고 돈이 풀리면 한국 수출품도 잘 팔릴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3%대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미국 성장의 리스크(위험) 요인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한 국책 연구기관장은 "현지 경제학자들이 미국 성장으로 세 가지 리스크가 커진다는 '미국 성장의 역설'을 우려하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첫째는 미국 금리 상승 리스크다. 금리가 오르면 빚 상환 부담이 는다. 이번엔 과거와 달리 신흥국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부채를 너무 늘려 금리 상승에 아주 취약한 상태라는 것이다. 둘째, 통상 마찰 리스크다. 미국 경제가 확장되면 미국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늘어난다. 소비가 늘면 수입이 늘어 미국 무역 적자는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성장하면 무역 적자가 는다'는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 때문에 막무가내로 우리 같은 대미 흑자국에 통상 압박을 하는 '트럼프식 통상 마찰' 가능성이 커진다.


마지막은 달러 강세 리스크다. 달러 부채가 많으면 이자 느는 것에 더해 달러 원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 이중 고통을 겪게 된다. HSBC는 정부나 기업의 외채가 과다한 나라로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싱가포르, 칠레, 터키 등을 꼽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3800억달러가 넘어 당장은 위기 영향권 밖이다. 하지만 취약국들의 문제가 불거져 세계 금융 시장이 요동치면 안전하지 않다.


문제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다른 나라 경제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성장이 한국 경제에 도움 되겠지'란 환상은 곤란하다. 리스크 요인이 터질 때를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 정부 경제팀은 미국 경제 착시(錯視)에 빠지지 말고 언제든 비상등을 켤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