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마크롱이 '70년 프랑스病' 수술하자… 글로벌 기업 4조원 들고 몰려들었다

바람아님 2018. 3. 5. 10:37


♧ 조선일보 창간 98주년을 맞아 [경제, 정상들이 먼저 뛴다]라는 첫번째 기획물로 문재인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눈부신 경제정책의 결과와 실적을 분석한 글을 연속 게재 하였다........[운영자]  


마크롱이 '70년 프랑스病' 수술하자… 글로벌 기업 4조원 들고 몰려들었다

조선일보 : 2018.03.05 03:06


[창간 98 기획]
[경제, 정상들이 먼저 뛴다] [1]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누구도 손 못대던 노동개혁… 거센 반발 뚫고 승부수 던져
아마존·도요타·구글 투자 러시… 프랑스 성장률 7년만에 최고치

'아마존 물류 창고 건설로 일자리 2000개' '도요타 오넹공장 추가 투자로 일자리 700개' '구글 인공지능센터 설립에 일자리 360개', 노바티스·SAP·페이스북…. 올 들어 발표된 글로벌 기업들의 프랑스 투자 계획이다. 일자리 숫자만 4200여 개이고, 투자 금액은 4조원대에 달한다. 프랑스 언론에 공개된 것만 이 정도다. 공개되지 않은 투자 계획까지 합치면 늘어나는 일자리와 투자 금액은 훨씬 많다.

프랑스는 기업들이 떠나가는 국가였다. 북유럽을 제외하면 유럽연합(EU) 최고 수준의 법인세율, 걸핏하면 파업을 일삼는 강성노조로 기업들이 프랑스를 외면했다. '유럽의 리더' '1류 국가' 지위를 누렸던 프랑스는 독일과 영국이 승승장구하는 사이, 늙고 병든 '2류 국가'로 전락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에마뉘엘 마크롱(가운데줄 왼쪽에서 넷째)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월 22일(현지 시각) 프랑스 북부 오넹에 있는 도요타 자동차 공장을 찾자 공장 직원들이 그를 둘러싸고 반기고 있다. 도요타는 이날 이 공장에 3억유로(약 4000억원)를 추가 투자하고, 직원 700명을 새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공개된 글로벌 기업들의 프랑스 투자액은 4조원대, 신규 일자리 숫자는 4200여개에 달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랬던 프랑스에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41) 대통령이 가져온 변화다. 마크롱은 취임하자마자 곧장 '프랑스병(病)'의 주범 '노동' 개혁에 승부를 걸었다. 2차 대전 이후 누구도 손대지 못한 숙제였다.

노동 개혁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2차 대전 직후 현대적인 노동법이 정립된 이후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해고 배상금 상한선을 만들었다. 어떤 경우에도 배상금이 20개월치 월급을 넘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그전에는 단 4명의 해고자에게 2년치 순이익을 배상한 '엘랭'이라는 가구 회사도 있었다. 프랑스에선 도산 위기에 몰린 기업들도 감히 구조조정을 못 하는 이유였다.

산별(産別)노조의 권한도 대폭 축소시켰다. 기업 규모에 따라 회사는 산별노조가 아닌 개별 기업 노조와 협상할 수 있도록 했다. 규모가 더 작은 기업은 아예 노조 대표가 아닌 별도 노동자 대표와도 협상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 노동계가 나라를 좌지우지 못 하게 한 것이다.

마크롱은 이런 노동 개혁안이 의회로 가서 여야 정쟁을 거치며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했다. 지난해 9월 의회 승인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대통령의 '법률 명령'으로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업에는 정반대의 정책을 폈다. 유럽 최고 수준의 법인세(33%)를 2022년까지 25%로 낮추기로 했다.

크롱의 개혁 결과는 숫자가 말해준다. 취임 9개월 만에 핵심 경제 지표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두 자릿수가 당연시되던 실업률은 작년 4분기 8.6%까지 떨어졌다. 특히 15~24세 청년층에서는 실업률이 1년 전에 비해 3%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2009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0.9~1.1%를 맴돌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로 뛰었다. 7년 만에 최고였다.


성장률 2배, 새 일자리 25만개… 마크롱 "프랑스가 돌아왔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마크롱의 승부수… 3대 노동수장 엘리제궁 불러 '각개격파' 파리=손진석 특파원

----------------------------------------------------------------------------------------

3대 노동수장을 엘리제궁 불러 1시간씩 '각개격파'… 마크롱·총리·장관, 100번 300시간 노동단체 만나

조선일보 : 2018.03.05 03:06

[창간 98 기획]
[경제, 정상들이 먼저 뛴다] [1]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취임 직후 "노동개혁 협조해달라" 파업 공조 못하게 각각 따로 협상
WSJ "마크롱, 노동단체 무장해제"

줄어든 프랑스 파업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전광석화식 노동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200여년 역사의 강성 노동조합이다. 마크롱이 이를 뚫는 전략은 '각개격파'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9일째인 작년 5월 23일 프랑스 3대 노동단체 대표를 만났다. 작심하고 노동개혁을 최우선 국정 순위로 삼았다는 뜻이다. 대통령과 노동계 대표의 만남은 과거 노정(勞政) 회담 방식과 달랐다. 민주노동동맹(CFDT), 노동총동맹(CGT), 노동자의힘(FO) 대표를 각각 따로 대통령궁으로 불러 개별 면담을 했다. 노동단체 수장들은 다른 단체 대표가 마크롱과 어떤 사안에 협조하고, 어떤 사안에 반대했는지 알 수 없었다. 대통령이 수적으로 1대3 열세에 놓이는 상황도 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크롱이 노동단체들을 무장해제시켰다"고 평가했다.

무장해제는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노동개혁 실무진에 노동계 출신 인사들을 대거 배치해 노동단체들의 거부감을 줄였다. 마크롱만 3대 노동단체 수장들을 만난 게 아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와 뮈리엘 페니코 노동장관도 각각 그들을 따로 만났다. 마크롱 취임 이후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까지 4개월간, 마크롱과 총리·장관은 300시간에 걸쳐 100번이나 노동단체 대표들과 미팅을 가졌다.

이런 전략적인 접근은 톡톡히 효과를 봤다. 강경 노선을 주도하는 제2 노동단체인 CGT가 제안한 파업에 최대 노동단체인 CFDT는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1월 푸조시트로엥그룹이 1300명을 명예퇴직시키고 대신 2000명의 장기계약직을 채용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CGT는 "비정규직을 양산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CFDT는 "급변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지 않았다. 파업 건수도 2016년 801건에서 작년 712건으로 줄었다.


성장률 2배, 새 일자리 25만개… 마크롱 "프랑스가 돌아왔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

성장률 2배 뛰고 새 일자리 25만개… 마크롱 "프랑스가 돌아왔다"

조선일보 : 2018.03.05 03:06

[창간 98 기획]
[경제, 정상들이 먼저 뛴다] [1]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해고 쉽게, 고용 더 쉽게… 노동개혁엔 어떠한 양보도 없다"
흑자 내도 구조조정 가능케 하고 산별노조보다 기업개별협약 우선

기업인들도 공격적으로 투자… 작년 M&A규모 2007년후 최대

건축 내장재를 만드는 프랑스 기업 K사에는 190여 명이 일한다. 이 회사에는 노조 외에 노동자 대표 조직이 3개 더 있다. 종업원 대표(DP)에 6명, 기업위원회(CE)에 5명, 위생안전위원회(CHSCT)에 3명 등 세 조직에서 대표 14명이 일한다. 프랑스는 노동법에 따라 50인 이상 모든 기업은 의무적으로 3개 근로자 조직을 설치해야 한다. 노조와도 힘든 협상을 해야 하는 기업들은 '3중 노동자 조직'과도 돌아가며 줄다리기해야 한다. "노동자 조직과 회의하고 협상하느라 세월 다 보낸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직원 50명은 프랑스 기업에 '마(魔)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종업원 수가 50명 넘는 회사로 키우지 않으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49인 이하 기업 숫자가 전체의 97.1%나 될 정도로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는 이유다.

마크롱(왼쪽)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세계 1위 기업 독일 SAP의 빌 맥더멋 CEO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하고 있다.
140개 글로벌 기업 경영진 초대해‘프랑스를 선택하라’ - 지난 1월 마크롱 대통령은 140여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진을 베르사유궁에 초청해 자신의 친(親)기업 정책을 세일즈하는‘프랑스를 선택하라(Choose France)’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 마크롱(왼쪽)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세계 1위 기업 독일 SAP의 빌 맥더멋 CEO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차 대전 전후 정립돼 70년 넘게 기업에 족쇄가 돼온 이런 노동 관행에 칼을 들이댔다. 그는 전격적으로 지난해 세 근로자 조직을 사회경제적위원회(CSE)라는 한 조직으로 통합하도록 했다. 마크롱은 노동 개혁안을 설명할 때마다 "(기존) 노동법은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막으면서 기존 정규직의 배만 불려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고 요건 완화해 일자리 늘리기 유도

지난해 9월 시행에 들어간 마크롱 노동 개혁의 핵심은 '해고를 더 쉽게, 고용도 더 쉽게'로 요약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까다로운 해고 요건을 완화했다. 그러니 신규 채용 시 부담이 줄어들어 고용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마크롱은 중소기업 가운데 10명 이하 소기업은 1분기, 11~49인 기업은 2분기 연속 매출이 하향세를 보이면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이전에는 면담 실시, 직업훈련 실시, 재배치 시도, 보상금 지급 등 5~6가지 사전 조치를 수행하는 것이 의무 절차로 돼 있었다.

프랑스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구조조정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법인이 손실을 입고 있다면, 본사가 아무리 많이 흑자를 내더라도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게 길을 터준 것이다. 예전에는 해외 본사가 이익을 내면 프랑스 내 구조조정은 봉쇄돼 있었다. 이 밖에도 마크롱은 산별(産別)노조가 개별 회사 노조를 쥐고 흔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전통적으로 산별 협약이 체결되면 개별 기업의 노사 협약보다 우선 적용됐지만 이것도 180도 뒤집었다. 기업 협약을 기본으로 적용하고, 산별 협약을 우선 적용하는 경우를 예외적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70년 족쇄 풀자 기업 투자 쇄도

노동 규제를 풀자 외국 기업들이 먼저 빠르게 움직였다. 아마존은 애초 올해 프랑스 채용 인원을 1000명 수준에서 검토하다가 2배인 2000명으로 늘렸다. 로이터통신은 "아마존이 영국에서 2만4000명을 고용한 데 비해 프랑스에서는 5500명만 고용했지만 앞으로는 프랑스에서 고용을 대거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제너럴밀스, 빵 제조 회사 이스트볼트, 주스 회사 델몬트 등 노동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좀처럼 투자하지 않는 미국 식품 회사들도 올해 한꺼번에 프랑스에서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자 당장 일자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의 새로 생긴 일자리는 25만3500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였다. 기업 파산율은 2016년 7.7%에서 지난해 4.6%로 뚝 떨어졌다.

기업인들의 태도도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기업들이 참여한 인수·합병(M&A) 규모는 2091억유로(약 278조원)로, 2007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이 M&A에 나선다는 것은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사업 확장에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마크롱이 기업인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킨 것이다.

기업인들만 자신감이 있는 게 아니다. 마크롱은 한술 더 뜬다. 그는 지난해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개혁에 반대하는) 냉소주의자나 게으름뱅이에게는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겠다"며 불퇴전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호전된 경제지표를 받아들고,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서는 "프랑스가 돌아왔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