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포럼>文정부의 美·北 중재 더 꼬이고 있다

바람아님 2018. 3. 3. 10:02
문화일보 2018.03.02. 12:00


문재인 정부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과 미국 대표단 간의 대화 기회 마련에 부심했으나 성사되진 않았다. 폐막식에 참석한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과 회동했으나 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검토·분석 및 우방들과 협의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한, 논의가 간단치 않아 접점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예술단·응원단을 대동한 김영남·김여정 특사의 방남에는 평창올림픽을 활용해 미국의 강도 높은 경제·군사적 위협을 완화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 저의가 깔려 있다. 김영철은 목적 달성이 힘들다는 걸 절감하고 귀환했을 것이다. 그는 “핵보유국 지위를 갖고 미국과 대화하겠다”면서 “예정대로 한·미 연합훈련이 이뤄지면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입장은 더는 북한에 속아 끌려다니지 않고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것으로, 북한의 대화 조건과 배치된다. 평창올림픽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실제로 제재를 강화했다. “제재 실패 시 거칠고 불행한 2단계로 돌입할 수 있다”는 미국의 강력한 경고에 북한은 ‘전쟁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대미 보복의 한계를 잘 알면서도 북한 매체는 ‘미국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 세계적 비핵화 문제가 풀린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무력충돌을 겁내지만, 심각성을 인정하고 먼저 후퇴하려 하지 않는다.


미국은 북한을 신뢰할 수 없는 잔인한 인권유린 국가라며, ‘비핵화’ 없는 대북 대화를 단호히 거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적절한 조건 아래서만 대화할 것”임을 강조했다. 미국은 ‘대화 결과는 비핵화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지난 2월 28일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미·북 대화 가능성에 대해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는 의미 있고 진지한 입장을 내놓는다면 대화에 참여할 의지가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대화로 가는 길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목표가 빠진 시간벌기 대화를 원치 않는다”고 부연했다.


뉴욕타임스는 2월 27일, 북한이 지난 6년간 시리아에 화학무기 제조에 필요한 내산성 타일·밸브·파이프 등 부품을 제공하고 핵·미사일 제조 자금을 지원받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을 악화시키고 중동 평화를 위협하며 북한 비핵화를 어렵게 하는 심각한 위험을 못 본 체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해상차단을 넘어 군사력을 사용하는 대북 해상봉쇄에 나설 경우, 한반도 정세 악화는 필연적이다. 미국은 최근 하와이에서 북한을 대상으로 병력동원과 운용 등의 전시작전 시뮬레이션을 했다. 이는 미국의 커진 대북 불신 및 압박 필요성을 의미한다.


미·북 대화를 위해 양측이 대화 문턱을 낮춰 달라는 한국의 입장은 미·북 사이에서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 잘못되면, 미국과 일본의 신뢰마저 잃고. 북한에 나약하게 보여 불행한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일 밤 트럼프 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남북 접촉을 설명하고, 답방 형식으로 조만간 대북 특사를 파견하려는 계획을 알렸다. 그러나 문 정부는 한국이 처한 상황과 능력 및 우선순위를 냉철하게 평가·판단해야 한다. 문 정부가 운전대를 잡고 북·미 대화를 성사시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과정과 결과가 나쁘면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할 수 있다. 한국의 안보와 미래가 풍전등화(風前燈火)처럼 위태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