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책·BOOK

[이코노 서가(書架)] 美 공화당, 70년대엔 관세폭탄 반대했다

바람아님 2018. 3. 27. 14:15

(조선일보 2018.03.26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어윈 교수의 '통상 충돌'


'통상 충돌''자유무역은 모든 참여국 경제 주체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이상적 종착점이다.

보호무역은 이를 저해하는 장벽이거나 자유무역으로 가기 위한 중간 여정에 불과하다.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에 대한 교과서식 해답이다. 추상화된 이론으로만 보자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을 무색게 하는 이해관계자 사이의 복잡한 정치, 사회, 기술, 문화 갈등으로

뒤엉켜 있다.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학 교수는 미국을 대상으로 이 현상을 해부했다.

그는 '통상 충돌: 미국 무역정책의 역사'〈사진〉에서 관세의 목적에 따라 수입(1789~ 1860년),

제한(1861~1933년), 그리고 호혜(1934~2017년)의 시대로 구분했다.


1820년대에 재무장관 클레이는 강력한 보호 관세 정책을 실시했지만 이내 남부의 저항에 직면했다.

남부 지역은 연방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무역하겠다는 주장까지 했다.


1861년 정권을 잡은 공화당은 고관세를 남북전쟁의 재정 확보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 기조는 한동안 유지됐지만. 민주당은 높은 관세가 간접적인 소비자 징세이자 경제 독점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마침내 1913년 민주당의 윌슨 행정부에서 언더우드(Underwood) 관세법이 통과되면서 관세는 크게 인하됐다.

이 정책이 지지가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은, 당시 미국이 강력한 공산품과 철강 제품 수출국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1차대전 이후 고율 관세가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 이르러 남미를 중심으로 하는

호혜 무역주의가 천명되면서 관세는 다시 인하됐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이 바뀌었다.

신기술과 금융 산업 편에 섰던 공화당이 자유무역을 옹호했고, 노동계층을 대변했던 민주당이 보호무역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역사에서 남부는 오랫동안 자유무역을 주장해 왔지만, 섬유 산업이 개도국의 공세에 위협을 받으면서

결국 보호무역을 주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의 클린턴은 이를 거스르며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을 통해 저관세 기조를 관철했다. 이 긴장이 한동안 팽팽히 유지되다가 최근 공화당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쇠락한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구실로 고관세 기조가 다시 득세했다.


결국 한 나라 무역정책의 기조는 자국 내 경제적 이익이 대립하는 집단 간 정치 투쟁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통해 미국이 식민지 시대 이래 겪어왔던 오랜 갈등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오늘날 트럼프식 보호주의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