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産業·生産·資原

中, 자국 반도체 키우려 韓기업 때리기.."우리 정부는 뭐하나"

바람아님 2018. 6. 4. 09:33

매일경제 2018.06.03. 18:15


中반독점국 초강수..내년 자국산 양산 앞두고 시간벌어

◆ 中, D램 담합 조사 ◆

"담합 조사를 통해 자국 스마트폰 등 세트업체에 낮은 가격으로 D램을 원활하게 공급하도록 압박하고, 자국 반도체산업에 힘을 실어주려는 노골적인 의도가 엿보인다."(전자 업계 관계자)

중국의 반독점국이 지난달 31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사에 대해 전격 조사에 나선 것은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D램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으로 자국 스마트폰 등 세트업체들이 어려움에 빠지자 이를 해소하려는 목적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에 정통한 중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3일 매일경제와 만나 "지난해부터 급등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추이에 대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3사의 가격 담합을 통한 시세 조종 가능성을 살펴보고, 이들 업체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중국 반도체와 스마트폰 업계로부터 받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에 관한 제보를 근거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D램 가격은 스마트폰 대중화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된 2016년부터 급등세를 보여왔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016년 6월 슈퍼사이클이 시작되면서 당시 1.31달러(DDR 4Gb 표준제품 기준)였던 가격이 올해 5월에는 3.94달러로 약 3배가 뛰어올랐다.


최근 1~2년 사이 크게 성장한 중국의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스마트폰 업체들은 필수부품인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 정부에 "가격이 오르는 것은 물론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해 왔다. 전직 화웨이 본사 출신 영업 담당은 "반도체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일 뿐만 아니라 향후 스마트 가전, AI 등 분야에서도 반도체 수요가 엄청나고 실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한 대 팔면 반도체 제조업자가 수익을 다 챙겨가는 구조라는 불평이 업계에 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 규모는 2601억달러로 전 세계 반도체 거래 물량(3076억달러)의 65%를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부문 무역 수지 적자폭은 1932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에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가격 인하와 함께 원활한 공급을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압박은 올해 들어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돼 왔다. 지난달 24일에는 중국 상무부가 마이크론을 불러 '웨탄(約談)'을 진행했다. 웨탄이란 중국 당국이 감독기관의 관계자를 불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면담을 의미한다. 당시 중국 상무부는 최근 몇 분기 연속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오른 것에 대해 염려를 표시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경쟁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반독점 당국이 개별 기업에 이어 세계 시장 점유율 95% 이상을 갖고 있는 이들 3사에 일제 조사에 들어간 것은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전자 업계는 일단 "담합과 관련해서는 문제가 될 소지가 전혀 없다"면서도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단 국내 반도체 업계는 과거 2000년대 중반 미국의 반독점 조사로 거액의 벌금과 임직원의 구속 등 뼈아픈 교훈을 얻은 이후에는 시스템적으로 담합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급을 제한해 가격을 높였다"는 중국 세트업체의 주장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PC, 스마트폰 등 메모리가 탑재된 전자제품의 수요 사이클에 따라 D램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현재는 데이터 폭발에 따라 D램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반도체 업체들도 미처 예상을 못 했을 정도로 수요가 폭발해 전 세계 고객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요 폭발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십조 원의 설비투자를 단행했고, 생산라인도 24시간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제한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담합 조사는 또 올해 하반기 시험생산에 이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메모리 반도체 양산에 돌입하는 자국 반도체산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목적이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ZTE에 미국산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제재에 나서 생존에 위협을 받는 굴욕을 당한 이후 반도체 굴기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의 강한 압박의 배경에는 기존 메모리 3강의 영향력이 너무 커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중국의 신생 반도체기업에 첨단 장비 수출을 꺼리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황형규 기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