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 핵무장국가 북한과 세계의 선택
저자: 이삼성/ 한길사/ 2018/ 920 p
349.81-ㅇ747ㅎ
[정독]인사자실/
[강서]2층 인문사회자연과학실
출판사 서평
경제제재를 견디지 못해 김정은이 굴속에서 기어 나와 항복을 선언하는 것에 비유해 설명했다. 물론 북한이 중국까지 참여하는 경제제재로 고통을 받는 것도 협상에 나서는 한 원인이지만, 그러나 그 후 전개되는 북미 간의 밀고 당기기 과정에서 북한이 고집하고 있는 협상 원칙과 당당한 모습은 그것만으로는 결코 설명되지 않는다. 결정적인 것은 북한이 핵무장을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비로소 한국의 진보정권뿐 아니라 미국과 세계가 북한을 진지한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있음을 뜻한다.
정치적 타당성과 설득력을 이미 상실했다. 이삼성 교수의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핵무장국가 북한과 세계의 선택』은 북한 핵무장의 완성이라는 사태를 냉정하게 직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먼저 북한 핵무장 완성의 내용을 다각적인 차원에서 분석하고, 이에 비추어 북한에 대한 군사적 해법 운운하는 담론이 갖는 기만성을 명확히 밝혀낸다.
의존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장 포기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주장이었다. 이삼성 교수는 그러한 관점을 ‘근본주의 시각’의 함정으로 비판해왔다. 오늘날 완성에 이른 북한의 핵무장의 근본 원인에 대해 이 교수는 근본주의 대신 상호작용주의라는 인식론적 시각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해왔으며, 실제 2018년 3월 이후 전개되고 있는 남북회담과 북미대화는 그런 인식론적 전환에 의해서만 설명이 가능해진다.
이른 원인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더욱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간 한미 양국의 정치권, 학계, 언론은 대부분 그 모든 책임을 북한의 맹목적인 핵무장 욕구에 전가해왔다. 그러나 이 교수는 미국 정부 문서들과 미국 주요 정책결정자들의 회고록, 그리고 미국의 언론과 의회 보고서, 무샤라프 파키스탄 전 대통령의 회고록 등을 기초로 하여, 부시 행정부가 불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서둘러 북미 합의를 폐기함으로써 핵 합의로 최대한 억지되어오던 북한 핵프로그램의 군사적 전용 잠재성이 오히려 본격화되고 마침내 북한 핵무장 완성이 촉진되기에 이른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규명한다.
성립 시점에서 출간한 『한반도 핵문제와 미국외교』(한길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핵문제의 세계적 맥락을 밝히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책에서 특히 이 교수는 북한 핵무장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동아시아 및 세계적 차원의 핵무기의 국제정치라는 맥락에 위치시켜 분석함으로써 북한 핵문제 분석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심화했다. 전후 세계에서 미국이 비핵국가들을 상대로 전개한 핵무기테러주의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비핵국가들의 핵무장과 그것이 용인되었던 권력정치의 지정학, 그리고 핵무기 확산이 세계정치에서 초래하는 결과에 대한 상충하는 시각들에 대한 이론적 조명은 그 몇 가지 예들이다. 평화의 출발점은 한국의 균형외교
한국의 독자핵무장론이나 전술핵무기 재배치론이 갖는 논리적·현실적 맹점과 함정들을 지적하고, 나아가 북한붕괴론에 기대는 한반도 통일론이 애써 외면해온 한중관계의 지정학을 심도 있게 논한다. 군사적 압박이나 대북한 경제제재 강화로 실제 북한이 붕괴할 경우 초래될 중국의 한반도 군사개입과 북한 북부에 대한 영토적 장악으로 인한 한반도 재분단의 위험 등을 이 맥락에서 냉철하게 논의한다. 이 지정학적 분석을 통해 이 교수는 2018년 3월 이전까지 한미 양국의 이른바 ‘전문가들’ 사이에 정설이 되어 있던, 중국은 사실상 북한과의 군사동맹을 폐기하기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왜 완전한 착각인지를 설명해낸다.
미 의회의 비준을 확보하는 평화협정(조약), 그것도 남북한과 함께 미국과 중국 등 4국이 모두 정식 당사자로 참여하는 조약의 체결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이는 이삼성 교수가 1990년대부터 일관되게 그 필요성을 주창해온 것이며, 이 책에서 그 점을 잘 정리해내고 있다. 한국 언론은 마치 미국은 ‘일괄타결’을 주장하고 북한은 ‘단계적 해법’을 주장하여 그 둘이 다른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명백한 오류이다. 북미 모두 일괄타결에 합의한 것이며 그 일괄타결(package deal)된 합의사항들을 단번에 이행할 것인지 아니면 단계적으로 실행할 것인지를 두고 ‘밀당’이 있었던 것에 다름아니다. 이삼성 교수는 이 책에서 북한이 수용할 평화협정은 첫째 일괄타결, 둘째 그 타결된 내용의 단계적 실천, 그리고 셋째 미 의회의 비준을 획득하여 초당적 구속력을 가진 조약 형태의 협정일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핵무장을 완성한 북한의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것이 불가피한 동시에 바람직한 해법이라는 사실은 시간이 가면서 그 타당성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한국의 균형외교는 북한이 경제, 외교 및 군사안보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미국과의 대타협을 포함한 자주외교의 공간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한국의 균형외교와 북한의 자주외교는 서로를 가능하게 만들면서 한반도 평화체제의 역사적 가능성을 열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미래
동아시아의 미래상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를 전개한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 평화를 기반으로 하여 동아시아 전반에 공동안보의 질서를 확장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 출발점을 이 교수는 '동북아 비핵무기지대' 건설에서 찾는다. 그것은 남북한과 일본 등 세 나라가 핵무기의 제조와 반입 등을 배제하는 비핵무기지대를 만들고, 미국, 중국, 러시아는 이 지대 안에서 핵무기의 사용, 반입, 통과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로써 동아시아에서 핵무기 보유국가들도 그들의 안보전략에서 핵무기의 비중을 줄여나가게 된다. 6자회담은 그러한 노력을 뒷받침할 조건이 될 수 있다.
2007년 여름부터 이 교수가 주창해온 ‘동아시아 대분단선의 평화벨트화’가 그것이다. 이 교수의 동아시아론의 핵심의 하나인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론’과 그 연장선에서 논의해온 ‘동아시아 평화벨트 상상하기’가 이 맥락에서 논의된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동아시아 공동안보의 진작과 상보적(相補的)인 관계에 있다. 서로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는 북한 핵무장의 현실에 대한 직시로부터 출발하여 한반도 평화협정과 동아시아 공동안보의 길에 대한 총체적인 조망으로 나아간다. [책속으로 추가]
소동도 각오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그를 보냈을까.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_ 370쪽 “미국은 그처럼 1969년에 이스라엘의 핵실험 자제를 조건으로 이 나라의 핵무장을 묵인하고 침묵하기로 비밀협정을 맺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_ 430쪽 “ 김정은 정권이 북한의 국가안보 전략으로 재래식 군비확충은 포기한 채 핵과 미사일이라는 이른바 핵무력 완성에 집중한 것이었다. 그 결과 북한은 국가자원의 중요한 부분을 군비가 아닌 민간경제에 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는 파악했다. 이 관점은 흔히 미국과 남한에서 전문가와 언론이 습관적으로 되뇌듯이 북한 인민을 굶기면서 무기개발에만 자원을 투입한다는 통설과 의미심장한 차이가 있다.” _ 499쪽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은 정보가 빠른 만큼 개입해야 할 시기와 방식에 관해 좀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또 북한 붕괴가 불러일으킬 위기의식에 비추어볼 때 중국은 한미 양국보다 더 빨리 개입 결정을 할 것이다.” _ 529쪽 “맥나마라의 질문에 대한 카스트로 답변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미국이 쿠바를 침공해서 핵전쟁이 일어났다고 전제할 때, 자신들은 쿠바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카스트로는 핵무기 사용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_ 639쪽 “평화협정의 요체는 북한의 비핵화 약속과 그 단계적 이행 및 미국과 한국의 북한에 대한 외교정상화를 포함한 대북 안전보장의 약속과 이행을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청사진이다. 이 청사진의 필요성에 합의하지 않으면 북한은 비핵화 협상테이블에 나오지 않는다.” _ 687~688쪽 “부시 대통령이 (2005년 봄) 콘돌리자 라이스의 (대북한 평화협정 체결) 의견에 동의한 이유는 부시가 한반도 평화체제 발상을 ‘다른 수단에 의한 체제변화’로 인식하고, 그러한 평화체제로 개방된 북한에서 ‘김정일은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_ 700쪽 “김정일은 시장을 초기에 용인했지만, 그 결과를 두려워하며 기회있을 때마다 억압하려 했다. 그는 말년에 시장과 사적 자본의 성장을 억누르기 위한 화폐개혁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죽었다. 그러나 그의 아들 김정은은 시장과 대적하기보다는 그것을 이용하는 지도자를 자처하고 있다. 김정은은 시장이라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만큼 북한 경제사회의 시장화는 지속적으로 심화될 것이다.1980년대 중국에서 본격 시작된 동아시아 사회주의의 시장화가 1990년대 베트남을 거쳐 2000년대 북한에서도 작동하기에 이르렀다. 그로써 사회적 변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정치적 변화의 동력 또한 북한 내면에 축적될 수밖에 없다.” _ 730쪽 “동북아시아 비핵무기지대 건설은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완성하고 지속시키는 것과 불가분한 관계에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한편 동아시아 평화벨트의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한낱 꿈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당장 현실의 문제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많은 한국인의 소망대로 실현단계에 들어선다면, 동아시아의 다른 발칸들을 평화지대로 이끌어내는 일도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매우 다른 현실적 주제로 대두하게 될 것이다.” _ 815쪽 “한국인 인권과 민주주의를 전제하는 정치사회적 가치를 어떤 경우에도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우리 정치의 기본 가치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것을 지정학적 평화 전략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정치적 가치와 군사동맹 또는 군사적 적대 문제는 분리되어야 한다. 가치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이 추구할 길은 ‘가치동맹’을 넘어 ‘가치통합’이 되어야 한다.” _ 871쪽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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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이삼성 (李三星)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일본의 리쓰메이칸대학교 객원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로 있으며, 한림대학교 학술상(2010), 백상출판문화상(저작부문, 1999), 단재상(1998)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1·2』(한길사, 2009), 『제국』(소화, 2014), 『세계와 미국: 20세기의 반성과 21세기의 전망』(2001, 한길사), 『20세기의 문명과 야만: 전쟁과 평화, 인간의 비극에 관한 정치적 성찰』(한길사, 1998), 『한반도 핵문제와 미국외교: 북미 핵협상과 한국 통일정책의 비판적 인식』(한길사, 2004)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박사학위 논문인 “AMERICAN POLITICAL ELITES AND CHANGING MEANINGS OF THE VIETNAM WAR: THE MORAL DIMENSION IN CONGRESSMEN’S FOREIGN POLICY PERSPECTIVES”(1988)와 석사학위 논문인 “루이 알튀세르의 반(反)역사주의적 마르크스주의: 이론적 실천 개념을 중심으로”(1983.2), 그리고 「전후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구성과 중국: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의 형성과정에서 중국의 구성적 역할」 (『한국정치학회보』, 2016), 「한나 아렌트의 인간학적 전체주의 개념과 냉전: 친화성과 긴장의 근거」(『한국정치학회보』, 2015), 「제국 개념의 동아시아적 기원 재고: 황국과 천조, 그리고 가외천황과 제국」(『국제정치논총』, 2014), 「한국전쟁과 내전: 세 가지 내전 개념의 구분」(『한국정치학회보』, 2014), 「‘제국’ 개념의 고대적 기원: 한자어 ‘제국’의 서양적 기원과 동양적 기원, 그리고 『일본서기』」(『한국정치학회보』, 2011), 「‘제국’ 개념과 19세기 근대 일본: 근대 일본에서 ‘제국’ 개념의 정립과정과 그 기능」(『국제정치논총』, 2011), 「동서양의 정치전통에서 성속(聖俗)의 연속과 불연속에 관한 연구」(『현대정치연구』, 2011), 「‘제국’ 개념과 근대 한국: 개념의 역수입, 활용, 해체, 그리고 포섭과 저항」(『정치사상연구』, 2011), 「제국, 국가, 민족: 위계적 세계화와 민주적 세계화 사이에서」 (네이버 열린연단, 2016), 「동아시아의 질서와 평화: 천하체제, 제국체제, 대분단체제」(네이버 열린연단, 2015)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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