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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술은 인격을 비추는 거울

바람아님 2019. 1. 7. 09:35
디지털타임스 2019.01.06. 18:21


"존경(尊敬)한다고 할 때 이 존(尊)이라는 글자 역시 술에서 비롯됐습니다. 높을 존 혹은 술그릇 준이라고 하는데 회의 문자로 술병(酋)을 손(寸)에 공손히 받들고 바친다는 데서 존경의 뜻을 나타내어 '높이다'는 뜻을 뜻한다고 합니다." 본문에서 글쓴이의 이 말처럼 술(酒)은 섬기는 일이거나 존경의 행사에 쓰였다. 책은 그 술을 마시는 데서 얻는 '맛'과 '멋'에 대해 술회한다. 글쓴이가 밝히듯이 "직장을 갖고 일해온 시간보다 전업주부로 보내온 세월이 훨씬 긴, 살림하는 사람"이 쓴 술에 얽힌 에피소드, 단상, 전래의 명언이나 고시 등을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엮은 에세이집이다. 중간 중간 글쓴이의 시를 배치했는데, 대부분 술과 관련있는 일상사를 재치있게 묘사하고 있다.


일찍이 중학생 때부터 술을 마시고 술이 인연이 돼 결혼을 하고 혼술을 하게 된 이유를 거침없이 고백하는 데서 독자들은 잠깐 멈칫할 지 모른다. 그러나 글쓴이가 술에 얽힌 일상사를 담담히 천연덕스럽게 풀어놓는 모습을 대하며 어느새 미소를 지으며 읽게 된다. 사실 '혼술' 예찬을 하지만 저자는 '고독 술'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저자는 독작을 하지만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가족과 이웃, 사물과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절절히 느끼고 고백한다"고 말한다. 술에 대한 글쓴이의 사랑과 멋은 그가 인용한 주성(酒聖) 이백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의 한 구절에서도 잘 나타난다. "모두 취하여 얻는 즐거움을 깨어 있는 사람에게는 알려주지 말게나." 이쯤 되면 저자의 술에 대한 애정은 책에 소개한 소야스님 신천희의 시 '술타령'의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라는 경지에 오른 것 같다. 저자는 분노조절 및 마음치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규화 논설실장